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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직업"
[ 2006년 04월 26일 08시 16분 ]
최근 '장기이식코디네이터'가 각종 조사에서 미래 유망 직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말 그대로 신장, 골수, 간, 각막 같은 신체의 장기를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아 말기 장기부전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복잡한 의료절차 속에 수술상담부터 검사, 의료․행정적 절차진행까지 모두 이들의 몫이다. 때문에 장기이식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요즘 이들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하지만 일반인의 막연한 상상과는 달리 이들의 업무는 고난의 연속이라고. 15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장기이식코디네이터에 입문, 지금까지도 묵묵히 업무를 수행 중인 베테랑 코디네이터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하희선 차장을 만나 그들의 숨겨진 애환을 들어봤다.[편집자주]

“화려함 속에 숨겨진 애환”

하희선 차장이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1992년. 당시만 해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했을 정도. 때문에 하 차장은 국내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몇 안되는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외과 병동, 인공신장실 등 이식과 관련된 곳에서 간호사로 임상경험을 쌓아오던 하 차장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의 매력에 빠져 무작정 인생의 중대한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열정만으로 뛰어든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길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화려할 것이란 기대가 허영이었음을 깨닫는 데도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긴박한 상황이 많은 장기이식 특성상 한 밤중은 물론 휴일에도 병원에 달려 나와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는 환자들과 부딪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환자들이 ‘순서’를 운운하며 감정적으로 나올 때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고 그는 과거를 회상했다.

하희선 차장은 “장기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어려운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면서도 현실을 부인하며 감정적으로만 대할 때는 서운함도 들었다”고 술회했다.

“힘들어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직업”

하희선 차장이 지난 15년간 처리한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는 100여 건. 이들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아 새 삶을 찾은 환자만 400~500명에 이른다.

시한부 인생을 살던 환자가 장기이식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모습을 접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하희선 차장. 그래서인지 그는 “힘들어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라고 주저없이 정의를 내렸다.

아울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지원 희망자들에게 장기이식과 관련한 충분한 임상경험은 물론 5분 대기조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어려움 속에서 보람을 찾아내는 혜안(慧眼)이 있어야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적임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진정한 전문직으로 가는 길은”

하 차장에 따르면 의료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주로 간호사로 구성돼 있으나 의사, 약사 등도 있으며 이들을 위한 교육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자격 기준이나 자격 시험제도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장기이식 관련 분야에서 임상경험을 쌓은 간호사들이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 분야의 선구자인 하희선 차장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자격기준 설정 작업을 통해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를 전문간호 분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희선 차장은 “전문간호사로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를 위한 교육 과정과 자격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협회와의 공조를 통해 이 작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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