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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자를 좀 알아요"
[ 2006년 05월 24일 08시 26분 ]
최근 국내에서는 최초로 피임약 광고가 방송을 탔다. 이는 성(性)에 대한 사회적 통념의 진일보로 평가 받으며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사회적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국내 피임약 광고의 시발자는 한국오가논의 머시론. 경구용 피임약 시장의 선두 제품도 엄두를 못내고 있던 피임약 방송광고였기에 머시론의 용기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던 피임약이 방송을 타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있었던 건 당연지사. 머시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오가논 차윤상 과장은 힘겨웠던 피임약 방송광고 탄생과정의 중심에 있던 인물. 국내 최초 피임약 광고가 방송을 타면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그동안의 산고(産苦)를 잊은채 연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편집자주]

"나는야 우리회사 복덩이!"

차윤상 과장은 대웅제약 출신으로 베아제, 우루사 등 국내 최고 제품들을 담당하며 제약 마케팅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마케팅의 귀재가 한국오가논으로 둥지를 옮긴건 약 7개월 전. 회사는 이미 검증받은 그의 능력에 주력 분야인 피임약을 맡기며 남다른 기대를 걸었다.

조금은 생소한 피임약을 맡게된 차 과장은 당혹감과 함께 새로운 영역 정복이라는 의욕이 교차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그가 업무파악에 나선지 얼마되지 않아 '운(運)'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절묘하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그동안 금기시 됐던 피임약 방송광고 심의규정 개정안이 통과된 것.

마케팅의 귀재가 이같은 호재(好材)를 지나칠리 만무. 회사 내부적으로는 첫 피임약 방송광고에 대한 부담감 탓에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지만 차 과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후 한국오가논은 지난 2월 '머시론' TV 광고를 위해 광고심의위원회에 심사서류를 제출했고 이달 중순 최종 허가를 받았다.

'국내 최초 피임약 광고'라는 이유로 각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이는 곧 회사와 제품 모두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로 돌아오고 있다.

"입사 후 일이 술~술 잘 풀린 덕에 주위에서 '복덩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앞으로도 이 별명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환한 미소로 너스레를 떠는 그가 결코 밉지 않은 이유는 바로 '자만' 보다는 '자신감', '운' 보다는 '노력'을 중시하는 모습 때문이다.

여자경험 풍부한 피임약 PM

차윤상 과장은 한국오가논에서 피임 관련 제품을 총괄하는 PM(Product Manager)이다.

"업무를 시작하면서 여성의 생식기 등에 대한 내용을 접할 때는 적잖이 당혹스러웠다"고 수줍게 털어놓는 차 과장.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피임약 PM으로서 필요한 여성 관련 정보가 있었다.

대웅제약 재직 시절 베아제의 주 타깃층이 30대 주부였으며 여성 관련 제품인 챕스틱도 그가 담당했던 품목중 하나였다.

이들 제품의 효율적 마케팅을 위해 수많은 리서치 등을 진행하면서 나름대로 여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은 것.

"여자경험이 많다고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시면 큰일 납니다. 피임약 마케팅에 필요한 여성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패턴에 대한 정보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의 달변이 또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녹록치 않은 길, 첫 발을 내딛다

"사회적 관심을 불러 모은 첫 피임약 방송광고는 피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개선 노력의 첫 걸음입니다"

차윤상 과장은 머시론 광고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 내렸다. 물론 광고가 제품의 매출을 염두한 마케팅 수단임을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아주는 계기로 작용하기 바란다는게 그의 입장이다.

머시론의 광고 내용에도 이 같은 의도가 잘 나타난다.

광고는 서울대에 재학 중인 05학번 여대생이 나와 피임에 대한 젊은이의 견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모델은 광고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좋은 사랑을 하려면 진짜 똑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보같이 울고 짜는 것은 딱 질색이에요"라는 멘트로 피임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차윤상 과장은 "그동안 음지에 묻혀 있던 '피임'이란 주제를 공론화 시키는데까지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며 "이제는 공론화를 통해 건전한 인식정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결코 녹록치 않은 길이지만 피해서도 안되는 길이기도 하다"며 "피임약 PM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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