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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를 못넘고 있으니 갈 길이 멀죠"
[ 2006년 09월 14일 00시 44분 ]
“아산병원의 이승규 선생님이 제 10년 선배예요. 그 분이 저의 경쟁 상대죠. 선배에게도 직접 이야기했어요. 제가 선배님을 넘어보겠다고.”
이어지는 말, “그런데 아직 못하고 있으니, 그러니깐 제 갈 길은 아직 멀었죠.”
간 수술 분야 ‘한국 최고 의사’ 삼성서울병원 조재원 교수(외과)
[사진]
를 만났다. 조 교수는 간 이식 분야 우리나라 최고 의사 중 한 사람이다. ‘베스트 닥터’, ‘한국 최고 의사’라는 수식어는 어쩌면 그에게 당연하다. 그만큼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성공한 의사’에게 이러한 질문은 우문일까 싶으면서도 기자가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 “선생님, 다시 태어나도 외과의사 하실 꺼예요?”
웃음과 함께 돌아온 그의 대답은 은근히 철학적이기도 하다. “또 한 번 이 일을 한다해도 보람은 여전할 것”이란다.
‘수술 시간도 길고 밤이든 낮이든 주말이든 상관없이 수술이 잡히고 피도 많이 나는’ 이식 분야가 ‘그냥 이유없이 매력적이어서’ 이 길을 선택하게 됐다는 조재원 교수. “유방암이나 혈관쪽을 접하고 공부도 했는데 fellow를 하면서 이식 분야를 해봐야겠다, 그냥 느낌이 왔어요. 이유는 없는데 마음에서부터 끌렸다고 하나?”
그의 표현대로 ‘외과의사는 유일하게 사람 몸에 칼 질 할 수 있는 허가받은 킬러’다.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칼을 쥐고 사람 목숨을 다룰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라는 말”이라며 “그만큼 보람도 큰 일”이라고.
조 교수를 오늘 이 자리까지 이끈 것도 매일 수술실에 들어서고 나서며 느끼게 되는 ‘보람’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 교수는 “젊을 때는 워낙 에너지가 넘치잖아요, 뜻을 세웠으니 그 것에 열정적으로 매달렸죠.”라고만 대답했지만 그 에너지를 가능케했던 것은 결국, 생략된 단어인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보람을 찾을 수 없을 때’, 조 교수는 가장 힘들었고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환자가 잘못돼 유가족들이 항의를 했었는데 그 때 ‘너네들 사람 갖고 실험한 거 아니냐’, ‘실력은 있는거냐’ 이런 말을 들었어요. 그 환자를 위해 내가 그동안 했던 막대한 노력은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싶었었죠.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이럴 때 가장 힘들어요.”
일주일에 2회 간이식 수술, 그 외 나머지 요일도 매일 수술, 1년에 3번씩 개인 휴가 대신 이집트·베트남을 방문, 이식 수술법 전수….
조재원 교수는 “삼성에 처음 와서는 수술을 많이 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수술 보다는 학문적으로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임상도 중요하지만 연구나 교육에 더 신경을 써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향후 목표를 말했다.
‘이종이식’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최고 의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에 조 교수는 욕심을 낸다. “삼성은 현재 공간이 너무 좁아요. 정말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입원할 방이 없어요. 수술실도 아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죠. 수술실이 부족하니깐 토요일이나 일요일, 밤에 수술을 할 수 밖에 없고, 거기다 24시간 가동되는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죠.”
이식센터는 삼성서울병원이 집중하고 있는 센터 중 하나다. 조 교수는 “공간도 넓히고 사람도 더 필요한데, 쉽지 않은 문제”라며 “병원측에서 다 해주실 꺼예요”라는 농담으로 기대를 표현했다.
후배 의사들에게 조재원 교수는 “환경을 탓하지 말고 뜻을 세우고 열정적으로 매진하라”고 조언한다. 그의 말대로 “의료환경은 모든 면에서 열악해질 것이지만 의사는 여전히, 언제나 보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고 목표한 또 다른 ‘최고’의 길을 달리고 있을 것만 같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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