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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을 두번 울린다"
[ 2006년 12월 20일 11시 48분 ]
“우리가 어떻게 했어야 합니까. 죽어가는 환자를 보고도 팔짱끼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달라졌을까요.”

이종욱 교수는 웬만해선 목소리 톤을 높이지 않는다. 누구와 대화할 때도 할 말은 하지만 좀처럼 각을 세우는 법이 없다.

‘온화한 카리스마’ ‘맏형 같은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이종욱 교수에게 ‘성모병원이 수백억 원 대의 진료비를 ‘불법’ 과다 청구했다는 비난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대답 대신 반문이 돌아왔다.

20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 자리에서다.

"죽어가는 환자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까요?"

물론 이종욱 교수는 성모병원이 진료비 과다 청구의 주범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성할 대목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혈병의 특성상 환자의 중증도 및 합병증 여부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위해 상당 부분 초과청구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여기에 타 병원에서도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전원하고 있어 진료비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감한 시기에는 그저 정부 정책에 맞춰 나가는 게 좋은건지…”

우선 몸을 낮추던 그는 이내 “하루가 다르고 1분 1초가 다른 죽음의 경계에 있는 백혈병 환자를 우선 살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의료진의 의무가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종욱 교수는 ‘억울하다’ ‘화가 난다’ ‘배신감 까지 느낀다’라는 말을 거듭 되뇌었다.

"적자 본 병원이 벼랑끝 내몰리는 세상"

그는 “성모병원은 백혈병 치료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면서 “이러한 희생은 온데간데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면 소신 진료는 꿈에서나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이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하필이면 왜 여의도 성모병원이냐”라고 되묻는 그의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종욱 교수에 따르면 서울의 A 대학병원은 애초 의료보호 환자 자체를 원무과에서부터 ‘원천 봉쇄’하고 있다. 실제로 이 병원은 “백혈병 치료는 여의도 성모병원이 전문입니다”라고 넌지시 건네며 환자로 하여금 전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어느 해는 3.8%가 삭감되고 어느 해는 4.2%가 삭감되다 보니 올해에는 해당되지 않던 항목이 내년에는 해당 항목으로 간주돼 뚜렷한 기준 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도 현 의료계의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난치성 악성 혈액암을 치료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온 성모병원 의료진들은 허탈감과 함께 앞으로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종욱 교수는 “첨단의료기술을 못 따라잡는 ‘요양급여기준’이 의사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면서 “곪아있던 문제가 터진 점을 감안하면 건강보험의 재정이 좀 넉넉하고 심사평가원의 기준이 보다 합리적이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적정 진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보편타당하게 적용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되면 방어 진료, 위축 진료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결국 환자도 의사를 못 믿고 의사도 환자를 못 믿는 사태가 공공연히 자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병원측은 때문에 실사가 끝나는 대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서 백혈병 환우회를 대상으로 명예훼손을 비롯 법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 만약 이번 실사가 성모병원에만 국한, 타병원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인해 신의료기술을 보험에서 지원할 수 없으면 환자들이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성모병원 사태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환자나 병원 모두 잘못된 제도의 희생자"

그러다가 그는 문득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치료하는 병원 모두 잘못된 우리 나라 의료제도의 희생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분명히 환자는 치료를 받는 입장에서, 병원은 치료를 하는 입장에서 각자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혈액암 분야는 새로운 고액 치료제의 개발과 치료법의 도입으로 치료 성적의 향상과 함께 의료비의 부담도 비례하여 늘어날 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같은 갈등과 혼란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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