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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질(質) 평가, 이대론 안돼"
[ 2007년 01월 10일 08시 05분 ]
올해 의료기관 평가의 핵심이 될 '의료서비스 질(質) 평가' 추진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정부와는 별도로 독자노선을 선언하고 나섰다. 의협, 병협, 의학회, 사립대병원장협의회, 국립대병원장협의회 및 학계전문가들이 참여한 '의료의 질 평가 범의료계 대책위원회'가 발족한 것. 전 의료계 직역이 한 뜻으로 참여한 이 위원회가 출범하기까지는 세브란스병원 박창일 원장의 공이 컸다. 박 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섣부른 의료 질 평가가 불러올 파장을 예견하며 범의료계적 대응을 제창해 왔고 모든 직능의 공감을 얻어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정부의 '의료서비스 질 평가'의 길라잡이를 자청하고 나선 박창일 원장을 만나 제도의 맹점과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반드시 필요한 의료 질(質) 평가 하지만…
박창일 원장은 "의료기관 평가시 의료 질 관련 부문은 반드시 들어가야 하지만 현재 복지부가 추진중인 의료서비스 질 평가 방안은 현실성이 결여 돼 있는 만큼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 원장이 지적한 복지부 의료서비스 질 평가의 문제점은 크게 3가지.
먼저 복지부의 용역을 담당했던 서울의대 의료윤리학교실이 제시한 임상 질 지표는 미국의 항목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으로 국내 의료상황과는 괴리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창일 원장은 "복지부가 제시한 임상 질 지표는 국내 상황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는 만큼 올바른 평가가 이뤄질 수 없다"고 설파했다.
박 원장이 지적한 또 다른 제도의 맹점은 정부 기관 간의 의료 질 평가 업무가 중복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의 의료 질 평가 추진과는 별도로 최근 심평원은 내년부터 임상 질 평가제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창일 원장은 "평가가 난무한 상황에서 왜곡된 의료현실이 더 심각하게 변질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의료 질 평가 목적의 순수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박 원장은 "의료 질 평가가 순수하게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전시행정 차원에서 시민단체들에게 결과발표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나
박 원장은 의료기관 평가의 가장 전문적인 분야인 의료 질 평가기준 마련에 전문가가 배제된 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정부가 올바로 된 평가를 하고자 했다면 어떻게 준비과정에 의료 전문가들이 배제될 수 있냐"며 "현실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임상 학회 등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박창일 원장은 "당초 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제 도입시 의료계는 올바른 평가를 위해 의료 질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하지만 정부가 합의가 아닌 급작스런 도입을 결정하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특히 "정부가 의지가 확실하다면 전문가 집단인 학회와 머리를 맞대고 올바른 임상 질 평가 기준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의료 질 평가가 올바르게 시행돼야 의료계가 발전할 수 있고 국민들도 올바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가를 위한 평가 만들지 않겠다"
박창일 원장이 위원장을 맡은 '의료의 질 평가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임상 질 지표 검토 및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발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특히 범대위는 15일부터 내달 2일까지 20개 의료기관에 대한 복지부의 시범평가와는 별도로 자체 시범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이를 위해 범대위는 오는 17일 대상병원 설명회를 개최하고 22일부터 3주간 전국 60여개 병원에서 시범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복지부가 소수의 병원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려는 내용과 동일한 형식으로 진행되며 결과를 통해 임상 질 지표 평가를 위한 시행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복지부의 시범평가 결과와 상이한 결과가 나올 경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도 세워놨다.
박창일 원장은 "의료 질 평가는 한국 의료의 근간을 뒤흔들 중차대한 문제"라며 "올바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범대위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닌 진정으로 의료의 질이 평가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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