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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청진기 다른 한 손엔 바이올린"
[ 2007년 02월 21일 14시 28분 ]
“하얀 옷 입은 바이올리니스트”

“코 끝을 시큼하게 만드는 병원 냄새, 찡그린 사람들, 시간을 다투는 병원의 긴장감에서 환자들이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더 없는 기쁨이겠죠.”

한양대 구리병원 1층 로비에서 아름다운 클래식의 선율이 흐른다.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가 3중주 조화를 이루고 감미로운 연주는 로비를 가득 채운다.

하루 평균 외래 환자 120명 진료에 녹초가 될 법도 하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청진기 대신 바이올린을 켠다는 이 의사. 벌써 4년째다. 바로 환자들로부터 ‘하얀 옷 입은 음악가’로 불리는 한양대구리병원 소아과 오재원 교수다.

2003년 3월 시작, 가장 최근인 2월14일 ‘발렌타인데이’때는 서른 번째 음악회를 성공리에 끝냈다. "감회가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고 미소를 띠운 오재원 교수는 그래서인지 여유롭고, 더욱 정감있게 보였다.

오재원 교수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음악회 현장에는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아픔에 겨운 신음소리도 잠시 자리를 비운다”면서 “연주를 들은 환자들이 신체적인 재활과 정서적인 안정을 찾아갈 때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음악은 환자와 의사 이어주는 매개체

자신을 현재 연주단 멤버 가운데 ‘아마추어’라고 몸을 낮춰 소개했지만 그는 사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뿌리삼아 수십년동안 실력을 갈고 닦은 ‘베테랑’이다. 의대에 진학하면서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잠시 접었지만 못 다한 꿈을 병원에서 펼칠 만큼 열정이 남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재원 교수가 입학할 당시 한양의대에는 의대생만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그는 “망설일 필요 없이 오케스트라에 가입했다. 본과로 올라가던 그 해, 학생회에서 동아리 명칭을 공모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제안했던 ‘키론’이 채택됐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환자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 것 같다”고 소개했다.

오재원 교수가 ‘바이올린을 켜는 의사’로 환자들에게 한걸음씩 다가가게 된 첫걸음이기도 하다.

실제로 구리병원 소아과 오재원 교수가 제안해 이어지고 있는 ‘환우와 가족을 위한 음악회’는 공연의 수준뿐만 아니라 심신이 지친 환자들로부터 치료를 넘어선 서비스라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재원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의학적 기술이고, 그 다음이 정신적인 치료다. 그러나 여기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환자의 심신을 편하게 해주는 환경적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최근 기존의 병원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환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음악회, 전시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병원 속 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인간은 음악을 통해 신체적인 혈압, 맥박의 속도, 호흡, 피부반응, 뇌파, 그리고 근육반응 등 자율신경의 변화뿐 아니라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반영이 일어나게 된다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환자가 병원 스스로 찾게 하자”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환자들을 대하는 진실된 마음과 행동은 엄청난 자산이다. 이것은 의사 개인의 자산은 물론이거니와 병원 자체의 귀한 ‘보물’이기도 하다.

“고정 팬을 위해서라도 정년퇴임 전까지는 환자들에게 한결같은 마음으로‘연주’를 선물하겠다”는 오재원 교수.

그는 “마음이 편해야 환자들은 스스로 발길을 옮긴다”면서 “최고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은 기본이겠지만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헤아리는 마음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고 거듭 밝혔다.

'키론'이라는 오케스트라 명칭을 직접 지었다는 오 교수의 말속에서 그 역시 음악으로 아픈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구리병원의 키론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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