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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정책 제안, 누구를 위한 것인가?
[ 2007년 11월 07일 12시 35분 ]
다음달로 다가온 대선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계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협에서 사안마다 마찰을 빚고 있는 약사회의 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양기화 연구원의 보고서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편집자주]

[보고서 전문]각 당마다 후보경선이 종료되면서 대선후보들이 확정되고 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에 접어든 것이다. 후보경선과정부터 후보 나름대로의 특색을 살리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입후보자들이 내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임기를 통하여 공약(公約)을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였는지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후보자들은 선거권자 마음에 꼭 들면서도 지킬 수 있는 공약(公約)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심을 하게 되고, 이익단체들이나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희망사항을 후보진영에 전달하려 애를 쓰고 있다. 일부단체에서는 그들 단체에서 요구하는 정책제언을 수용하는 후보에게 회원들이 몰표를 던질 것이라며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형상이다.

보건의료계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27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단체로 구성된 의료연대회의에서도 ‘3불·3행 정책’을 제시하고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 낭비없고 안정적인 건강 재정 운용‘ 등 <10대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후보는 낙선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성분명 처방’과 ‘약대 6년제 도입’을 대선공약에 밀어 넣는데 성공한 약사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해서 관철시키는 재미를 보았다. 당시에도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내용은 약계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이며 국민부담이 늘고 국민건강의 위험이 내재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사실 의약분업 이후 신설된 약국행위료로 년간 2조1천억의 건보재정이 추가 지출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건보재정 28조 가운데 7%를 차지하고 있어 약제비 증가에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약사회에서는 “약사들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약국, 국가에 모두 이득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강한 국민, 건강한 대한민국이 이번 약사회 정책 의견의 컨셉트”라는 주장과 함께 ① 동네약국 생존기반 마련, ② 의약품 유통 투명화 대책, ③ 의약품사용의 안정성과 적정성 확보, ④ 국민건강 관리자로서의 약국활용 방안, 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약국 역할 활용시스템 구축 등을 정책제안을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전달하였다고 한다.

약사회의 이번 주장에는 대체조제 활성화 등과 같은 주요 이슈가 포함되지 않아 약사회의 정책방향이 변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내막을 살펴보면 여전히 약계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정책이며, 국민의 부담과 개인정보의 보안을 위협할 수 있으며, 약국에서 실현이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단골약국 지정으로 동네약국의 생존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주장은 약력관리 체계 구축과정에서 축적되는 개인정보의 보안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단골약국에서 다양한 의료기관으로부터 나오는 처방전을 조제하려면 엄청난 종류의 약을 구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임의대체조제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기왕의 생동성시험조작사건의 여파가 마무리되지 않아 복제약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고, 생동성인증 복제약이라 하여도, 약계에서 주장해온 성분명처방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다양한 과학적 증거가 제시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분명처방보다 더 위험한 임의대체조제가 이루어진다면 국민건강에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체조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추진해온 의약품정책이 건강보험재정의 약제비 비중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약품유통 투명화는 이미 보건의료단체들이 결의를 한 사항이며 정부에서도 다각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개별 제약회사의 영업기법까지도 리베이트로 몰아서 불공정거래로 규정하고 있는 점은 분명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약계를 대상으로 한 영업행위는 백마진이라는 금융비용이며, 의료계를 대상으로 한 영업행위는 리베이트라 하여 모두 불법거래로 규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의약품 사용의 안정성과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우리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처방과 동시에 문제처방의 확인이 가능한 동시적 DUR(의약품사용평가제도)이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을 검토하는 전향적 DUR과 비교하여 장점이 더 많다는 전문가의견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인 전향적 DUR을 주장하고 있다. 약물에 의한 부작용은 실질적으로 처방의사를 통하여 모니터링하여 치료하고, 그 자료를 축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의약품의 처방을 획일화하는 가이드라인제도의 제정을 주장하는 것도 의료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공허한 주장이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용하는데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역 보건센터인 보건소를 통하여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공공보건에 대한 개념이 없는 지역 약국이 국민건강관리자 역할을 하겠다는 제안을 이해할 수 없다.

약계에서 제안한 정책의 대부분은 약국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과연 약국을 위한 정책인지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의료계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책제안의 지향점이 어느 곳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보건과 건강을 위한 정책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보건의료분야는 정책성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분야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라면 “국민을 위한 정책”이란 포장으로 내놓고 있는 이익단체의 직역이기주의를 간파하여 공약으로 채택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진광길기자 k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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