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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 2007년 12월 31일 00시 10분 ]
'10년 후 크게 쇠퇴할 직업', '전공의 기피과 1순위', '진료과 도산률 1위'.... 모두 산부인과를 일컫는 말들이다. 그만큼 작금의 산부인과 위기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없다. 오랫동안 저출산, 저수가, 의료사고의 삼중고로 시름하던 산부인과가 이제 더 이상 버틸 기력을 잃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산부인과에 손을 내미는 이는 없다. 저수가로 산부인과의 숨통을 조여온 정부는 재정을 이유로 손사래를 치고 동료인 타과 의사들은 내 코가 석자인 탓에 안타까움에 공감을 하면서도 나서기는 꺼려한다. 그동안 구원의 손길 만을 바라며 기다림을 거듭해온 산부인과 의사들이 최근 사선 앞에 배수진을 치고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투를 준비중이다. 비장한 각오로 산부인과의 중흥을 추진중인 산부인과의사회 고광덕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산부인과 재앙, 의료계 전체 뒤덮을 것"
고광덕 회장은 산부인과가 처한 현실을 '재앙'으로 표현했다. 저출산에 저수가, 과다한 규제, 의료사고 부담 등은 산부인과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것.
실제 최근 몇 년새 경영난을 비관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산부인과' 간판을 내리는 것은 이젠 일반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고광덕 회장은 "현재 산부인과는 유례없던 재앙을 만나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산부인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산부인과의사회가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어렵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계속하고 있다'는 응답이 63.8%로 가장 높았으며, 심지어 '의료업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응답도 8.8%, '외국으로 이민가고 싶다'는 응답이 3.8%로 나타났다.
하지만 작금의 재앙은 산부인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게 고광덕 회장의 전망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산부인과를 한 바탕 뒤엎었던 초음파 수가에서도 재앙 확산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최근 산전 초음파 수가를 9800원에 3회로 제한키로 했다는 소식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초음파 수가를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한다면 산부인과 병의원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이대로 초음파 수가가 책정될 경우 그 피해는 산부인과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게 고광덕 회장의 견해다.
산부인과 뿐만 아니라 내과, 피부과, 신경외과 등 대부분의 진료 영역에서 초음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들 영역까지 초음파 보험화가 이뤄진다면 작금의 수준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고광덕 회장은 "초음파의 재앙은 산부인과에 국한되지 않고 전 진료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의료계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 위험과 낮은 수가로 인한 산부인과 의원들의 분만포기의 경우 그 피해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분만환자는 받지 않은채 외래진료만 시행하는 의원의 비율은 2004년 56.5%에서 2007년에는 62.3%로, 2년간 5.8% 증가하면서 원정출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포기 사태는 의료사고에 노출된 위험성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분만환자를 받는 산부인과 의사 10명 중 7명이 의료사고를 경험했고 사고 한 건당 보상금 규모가 5000만원 이상씩 들어가는 현실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포기 사태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
고광덕 회장은 "의료사고시 보상금 규모도 큰 현실에서 의료분쟁 보상과 관련한 해결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현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우는 소리는 이제 그만, 정면돌파"
지난 10월 산부인과의사회 신임 야전사령관으로 취임한 고광덕 회장은 "기다리기 보다는 부딪치겠다"며 맹장답게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더 이상 우는 소리만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헤쳐나가겠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는 정부의 정책 발표된 이후에 후회하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이미 정책이 정해진 뒤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앞으로는 직접 산부인과와 관련된 의료 정책을 개발해 정부에 제시하고 이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공급자로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결정권은 일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산부인과와 관련된 모든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전에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의사회의 역할에 대해 학회와 구분을 지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학술적인 부분을, 그 이외 수가제도 등 의료정책과 관련된 것은 의사회가 맡아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의사회라는 성격자체가 개원의사들의 모임으로 의료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고광덕 회장은 "해외에 나가봐도 학회는 학술적인 부분에 대해 집중하고 의사회가 그 이외의 활동을 맡고 있다"며 "각 단체별로 활동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음파나 요실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개원가와 학회의 공조체계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그동안 어느 과를 막론하고 개원가와 학회가 미묘한 감정대립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존폐 위기에 놓인 산부인과 만큼은 양측이 확실한 공조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산부인과학회와 의사회는 초음파와 요실금 등 최근 대두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공동대응키로 의견을 모으고 현재 논의를 진행중이다.
고광덕 회장은 "의사회와 학회의 역할은 분명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을 수 밖에 없다"며 "산부인과 중흥을 위해 양측이 단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산부인과 변화 불가피, 해답은 '여성토탈케어'
산부인과의사회가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성의 69.0%와 여성의 65.2%가 앞으로 진료영역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산부인과 의사 대다수가 경영난 타개책으로 진료영역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제 갓 산부인과 전문의에 입문한 30대의 경우 응답자 전원(100%)이 진료영역의 확장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졌다.
진료 능력을 축적해 산부인과 의학 발전에 기여해야 할 30대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그 능력을 축적하기도 전에 의원의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고 그 타개책으로 진료영역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
이미 상당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비만클리닉을 비롯해 유방암검진, 요실금클리닉 운영 등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나 산부인과의 진료영역 확장은 앞으로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고광덕 회장 역시 "산부인과의 진료영역 확대는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며 "단순한 진료영역 침범이 아닌 산부인과 특성을 살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부인과 변화 전략으로 '여성토탈케어'를 제시했다. 산부인과가 여성 환자를 진료과인 점에 착안, 부인질환 외에도 여성만을 위한 진료를 실시하는 개념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
종합검진부터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자궁, 갑상선, 유방질환은 물론 노화방지, 피부관리, 미용관리까지 총괄하는 토탈케어 개념으로 진화해야 한다는게 그의 견해다.
고광덕 회장은 "생존을 위해 산부인과 간판을 내리고 다른 진료영역으로 가는 것 보다 여성을 위한 토탈케어 시스템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파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4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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