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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두려움 떨쳐야 잘못된 의료법 바뀐다"
[ 2008년 08월 06일 12시 23분 ]
의료법 제20조 2항. 소위 ‘태아 성감별 금지법’이라 불리는 이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최근 ‘헌법 불합치’를 선고했다. 의사의 직업적 자유와 부모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헌재의 판결에 산부인과의사회 및 의료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반가워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장장 4년에 걸쳐 진행된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 조항을 ‘헌법 불합치’로 이끈 백인합동법률사무소의 전병남 변호사[사진]가 있다. 그를 만나봤다.[편집자주]

“현실과 동떨어진 의료법를 바꾸기 위해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전병남 변호사는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자리에서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의료 현실과는 너무 다른 법 조항 때문에 의사들이 불합리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의료 기술이 날로 향상되어 가고 있음에도 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의료법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까닭으로 개정이 시급한 항목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례로 60~70년대 만들어진 ‘모자보건법’의 경우, 간염이나 풍진에 걸린 산모에게는 낙태를 허용하면서도 태아가 심장기형이거나 다운증후군인 산모에게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즉, 산모에게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하면서도 태아에게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것.

전 변호사는 “당시에는 초음파기기 등이 발달되지 않아 태아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없는 까닭에 무조건 산모의 건강 상태만을 보고 낙태의 허용 여부를 결정했다”며 “현재의 의료기술로 본다면 이론적 모순이며 엉뚱한 조항인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이 모순적인 의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에도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그러나 고리타분한 법 조항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의사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태아 성감별 금지’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듯이 법조계 내부적으로도 시대의 흐름을 따르고자 하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병남 변호사는 “사실 이번 소송 초반에는 나도 위헌 판결이 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헌재에서 이례적으로 자체적인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개 변론 당시에도 의료계뿐 아니라 법조계 및 다양한 계층의 참관인들이 ‘위헌’을 주장하고 나서 힘을 얻게 됐다는 전언이다.

그는 “계속 부딪히고 도전해야 의사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느냐”면서 “그것이 이번 헌재 판결의 진정한 의미”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의연기자 su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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