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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병원, 환자는 만족·의사는 실력 발휘"
[ 2009년 01월 28일 11시 18분 ]
분명히 자필로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한 흔적이었다. 그 수첩에는 간간이 동그라미, 세모 표시가 돼 있는 의사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져 있었다. 손 때가 묻어 너덜거리기까지 했던 수첩을 그는 멀찌감치 펼쳐 보이며 마치 비밀장부라도 되는 양 보여줄 듯 말 듯 기자를 ‘애태웠다’. 언뜻 언뜻 보였다. 국내 내로라 하는 교수들의 이름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끝내 수첩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는 없었다.

28일 가톨릭의료원 남궁성은 의무원장[사진]을 만났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날고 기는’ 교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병원 간 경쟁이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실. 무려 3임째 가톨릭의료원을 진두지휘하는 남궁성은 의무원장도 전쟁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서울성모병원 오픈까지는 불과 50여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이후 남궁성은 의무원장 안색은 불안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그 불안감과 기대감의 진원지는 바로 얼마나 ‘잘난’ 의사들을 가톨릭 사람으로 만드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고민입니다. 가톨릭의료원 산하 부속병원 8개 병원은 물론, 전국의 가톨릭 계열 병원을 서울성모병원으로 집중시킬 겁니다. 한 마디로 ‘올인’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들의 역할과 위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국은 진료 실적, 우수한 시설, 유리한 위치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살아남을테니까요.”

러브콜을 위해 수없이 어루만졌을 비밀장부격인 수첩 속 주인공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얼마나, 그것도 ‘직접’ 공을 들였을지 그제서야 짐작이 갔다.

최근 가톨릭의료원은 오랜 설득 끝에 가톨릭암센터 소장으로 암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대 혈액종양내과 전후근 교수를 영입했다.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전후근 교수가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과감하게 용기를 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라면 과감한 추진력으로 속도를 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본격적인 스카우트가 진행됐던 지난 2006년부터 전후근 교수의 ‘도장’을 받아내는 데 애를 먹었으니 기대도 그만큼 크다. 무려 20여 년을 미국에서 보냈고, 가족 모두와 함께 이 곳을 택한만큼 힘을 모아 심기일전하겠다는 각오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병원을 옮기는 의사들에게 남궁성은 의무원장의 시선이 단연 쏠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건국대병원 등의 인사 소식은 병원계에서는 ‘핫이슈’다.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가톨릭의료원도 부속 병원들 가운데 출중한 실력을 갖춘 교수들을 불러들이는데 노력했다. 꾸준히 접촉을 시도한 결과,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의 일부 교수들도 가톨릭行을 결정했다.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해외파들에게도 시선을 돌리면서 의료진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자신했다.

사실, 서울성모병원 개원에 앞서 가톨릭의료원은 유수 의료진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어다녔으나 현실의 벽은 공고했다. 실례로 가톨릭암센터 강화를 위해 세계 최고 한인 병리학자로 알려진 백순명 교수 영입에 힘을 쏟았지만 ‘행운(?)’은 삼성암센터로 넘어갔다.

여기에 일부 병원계 인사들은 “가톨릭의대나 의료원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텃세도 심할테고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는 점은 사실상 자리를 옮기려고 마음을 먹는 교수들이 가장 망설이는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어느 조직에서나 텃세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인턴이나 레지던트 선발에서도 가톨릭의료원은 최대한 문턱을 낮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개방적인 곳으로 거듭났다”고 기존 선입견을 반박했다.

실제 서울성모병원에는 전후근 교수 뿐만 아니라 3월부터 60~70명의 외부 의료진들이 대거 투입된다.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전도 유망한 ‘젊은 의사’들의 영입이다. 그는 “넓고 깊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해외 연수를 보낸 젊은 교수진도 적지 않으며 반대로, 전도유망한 스탭들을 영입하는데도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비닐 포장으로 덮여있는 최첨단 장비와 누드 엘리베이터, 그리고 정식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진료과. 아직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서울성모병원을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일일이 층별로 소개했다. 호텔 로비가 연상될 만큼 화려한 새 병원의 위용은 그 자체로서 대단함이 느껴졌다.

병원 투어가 끝나갈 무렵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다른 것 없습니다. 무조건 환자들이 제일 먼저 반기고 제일 많이 만족했으면 좋겠습니다. 돈만 버는 병원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장 먼저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바로 우수한 의료진들이 뛰어난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병원이 됐으면 합니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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