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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한방(韓方) 연구는 외로운 전쟁"
[ 2009년 03월 26일 04시 18분 ]
"한방은 과학적이지 않다." 흔히 한의학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한의학을 하는 이들의 가슴에 콕 박힌 이 대못을 빼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가 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배현수 교수다.

경희한의대에서 석사까지 공부한 그는 같은 길을 걸었던 선후배들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은 분명 좋은 학문인데, 과학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당시 배현수 교수는 “나라도 과학적으로 공부해 한방의 우수성을 알려야겠다”고 다짐하며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입학부터 쉽지 않았다. 국내 최고 수재들이 간다는 경희한의대를 인정해주는 곳은 없었다. 세계에 이름을 알린 교수도 전무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는 미국 대학원 입학자격시험(GRE)의 전공시험까지 보고서야 겨우 일리노이주립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입학허가를 내주고도 실력을 의심하는 대학에서 그는 첫 학기부터 1등을 하고 이후 사이언스, JBC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했다. 졸업 때는 최고논문상을 타기도 했다.

“저는 연구가 참 좋아요. 좋은 소스를 발견하고 연구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참 좋습니다.” 배현수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일한 한의사다. 생리학을 공부한 그는 이어 노스웨스턴대학 신경과학연구소와 하버드의대 면역학연구소에서 포스트닥터(박사 후 연구원)를 마쳤다.

입국 후 2000년부터 천연물의약품 벤처기업인 퓨리메드를 만들어, 연구기반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매달렸다. 한약물을 이용한 우울증과 치매 치료제 개발이 그의 핵심연구 과제다. 배현수 교수는 2006년 연꽃씨앗을 이용해 한방 우울증 치료제인 ‘연심정’을 개발했다.

그는 “천연물 소재라 약물 의존성과 자살률 증가, 성욕과 식욕 감퇴 등의 부작용이 적고, 소아청소년과 임산부들에게도 처방이 가능한 게 특징”이라고 자랑한다. 간이임상에서는 2주의 짧은 기간 내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연심정은 2년 후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기자, 지황, 목단피, 산약 등 7가지 한약재를 배합해 만든 치료제 ‘PM012’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타깃으로 연구 중이다. “5가지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좋았어요. 치매 약은 장기간 복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중요한데, 우리는 안전성에 자신이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PM012는 정상인들의 인지능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배현수 교수는 최근 침(鍼)의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견해 환자에 따라 침의 효과가 일정하지 않은 이유를 규명해냈다. 또한 봉독, 즉 벌의 독을 이용한 벌침이 관절염 등의 염증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는 것과 침이 아토피, 천식 등 알레르기에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 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그는 “한 과제당 저 말고도 전국에서 여러 팀이 모여 함께 연구했기에 가능했지요”라며 겸손해한다.

그러나 이렇듯 노력해도 한의학의 과학화는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배 교수는 한방 연구에 대해 “외로운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의학은 국내에서 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잖아요. 그러나 한의학은 사실 중국과 한국뿐이거든요. 그런데 중국은 아직 제대로 된 연구를 할 기반이 없으니, 우리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그는 오늘도 한의학의 과학화를 믿지 못하는 사람을 믿게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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