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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췌담도 의사의 '꿈과 도전'
[ 2009년 04월 02일 09시 38분 ]
"도전하고 꿈꾸고 변화해야…"
연구실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다. 방을 옮겼다고는 하지만 예전 모습을 기억했던 기자의 눈에 들어온 정돈된 연구실 내부는 웬지 낯설음이 느껴졌다. “너무 깨끗해 졌네요 교수님?” 하는 질문에 돌아온 答(답)은 간결했다. “이사하면서 예전 것들을 많이 정리하고 버렸습니다.” 수년간 몸에 밴 습관을 하루 아침에 떨쳐 내기 어렵듯 이유가 궁금해졌으나 본류가 아닌지라 거기서 멈췄다.
[부연설명 : 예전 이 교수 연구실은 바닥이 온통 잡지와 저널, 논문초록 등이 펼쳐진 채 널려있었다. 교수 자신은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기가 수월했다고 하지만 연구실을 찾는 사람은 당황스러울 때가 적지 않았다. 기자 역시 그랬다. 오히려 무안했다고나 할까. 방문객이 발을 디딜 공간도 마땅치 않았음을 처음 언급한다.]
대신 이전 같으면 의자 놓을 자리가 없었던 곳에 편안히 좌장한 교수와 커피 한 잔에 빵이 곁들여진 인터뷰가 진행될 수 있었다. 모처럼 국내 의학계 대가와 호사(豪奢)스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속으로는 기뻤다. 교수 역시 편안함속에 그가 평소 지녔던 가치관과 철학, 궁극적으로는 그의 인생관을 솔직 담백하게 쏟아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 소화기내과 의사로는 처음으로 2008년 분쉬의학상을 수상했다. 국내 의학분야 최고의 학술상인 ‘분쉬의학상’ 수상에서 보듯 굳이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췌담도 의사이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에 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독자적인 ‘Kim 진단법’을 세계 학계에 발표했을 정도다. SCI 등재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 100여 편에 달한다. 학문적 자신감과 함께 의학자로서, 또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노력하고 열정을 받쳐야 한다”고 역설하는 그의 당위성에 고개가 여러 번 끄떡였다.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나이(53세)에도 불구하고 ‘도전, 꿈, 변화’를 수차례 강조한 그와 만난 1시간 여의 방담(放談)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Q. 소화기내과 교수로는 첫 분쉬의학상 수상
A. 아마 그럴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분쉬의학상을 3명이 수상했다.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와 신경과 김종성 교수다.(이 대목서 김명환 교수는 아마 삼성서울병원은 영상의학 분야에서 분쉬의학상을 탓을 거라면서 이를 보면 아직은 서울아산병원의 연구 및 임상 능력이 앞서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 대한 선의의 경쟁심이 엿보였다.) 임상이 아닌 연구적 측면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측면이 기쁘다.
Q. 평소 갖고 계신 연구에 대한 생각 및 입장
A. 소화기내과는 환자가 많다. 환자 진료가 많은 과(의사)는 기초연구를 하기가 쉽지 않다. 생각보다 매우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임상연구는 다르다. 환자를 많이 보다 보면 아이디어가 많이 생긴다. (실제로 김명환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의사 중 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좋은 임상연구가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환자가 많은 의사가 좋은 임상연구가 안 나오는 것은 일종의 ‘?’이다. 책임과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발언이 너무 강해 게재 여부를 물었고 김 교수는 양해했다. 답은 ‘직무유기’) 그런 측면서 임상연구는 한국이 아닌 세계적인 무대에서 선두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반이 갖춰졌다고 본다.
Q. 우리나라 임상 & 기초 연구수준을 어떻게 보는지
A. 세계 10대 규모의 경제력과 올림픽,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저력으로 외국서 우리나라를 매우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학적 측면에서는 사실 그렇지 않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친다. 아직 한국은 없다. 여러 분야의 세계 학회에서 한국이 리딩(Leading) 국가로 대접받는 곳은 매우, 아주 드물다. 한국은 아직도 수입국이다. 의료기기는 물론 술기를 선진국에서 들여와 이를 응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에 끌려가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비춰진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실에서 동물실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상에서 다양하고 축적된 케이스를 통한 데이터를 논문화시켜 세계 학회에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선두그룹에 낄 수 있고 외국 것을 수입만 하는 것이 아닌 역으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 의사들에 기여할 수 있고 인정받게 된다. 그래야 리딩이 될 수 있다. 단지 수입만 해서 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도약이 쉽지 않다. 임상연구는 그런 측면서 가능한 분야라고 본다.
Q.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꿈과 비전
A. 내 분야인 췌담도 스탭들에게는 수시로 “꿈을 크게 가지”라고 당부한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우리 병원이 임상과 연구 여건 등에서 비슷하다. 장담은 못하지만 우리병원 소화기센터를 10년 내 ‘세계 10대 소화기센터’로 만들고 싶은 것이 목표다. 병원에는 역량있고 열정 넘치는 젊은 스탭들이 많다. 2700병상 규모의 병원이 양(量)을 넘어 질(質)을 갖추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 더 나아가 '전세계 Top 10'의 위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객관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즉, 이 분야 선수들이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임상연구나 논문이 나와야 한다. 양질의 논문을 미국과 유럽학회에 발표해서 인정받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선두에 진입하면 그 목표는 이뤄지리라 본다.
Q. 전공의 등 제자들 교육은
A. 레지던트들에게는 엄격하게 대하지 않는다. 사실 내과 파트에서 소화기내과가 제일 힘들다. 그렇게 때문에 그들을 이해하면서 가급적 기본을 다지고 의사로서의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선에서 지도하고 가르치려 한다. 하지만 펠로우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경우가 많다. SCI급 논문도 쓰고 나가게 하고 있다. 논문 교정 등 가르치는 부분도 많다. 젊은 의사들의 역량이 높아져야 학문이 발전한다고 본다.
운동은 따로 하는 것이 없다는 김명환 교수.(기자가 보기에도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골프는 언감생심처럼 느껴졌다. 김 교수는 골프를 못 친다고 했다.) 대신 병원이 넓어서 열심히 걷는다고 한다. 그게 운동이 되는 것 같다는 김 교수에게 “왜 이렇게 열심히 사냐”고 물었다. “글쎄 뭐라고 할까?” 자문(自問) 끝에 말문을 연 김 교수. “나 개인의 명예도 있지만 결국은 나중에 그 결과물이 환자들한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든 일이지만 인류건강 기여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나도 좋고 환자도 좋을 수 있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다”고 말했다. 1시간 여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의 성찬(盛饌)이 아닌 그의 성심(聖心)을 느끼면서 젊은 기자의 꿈도 한껏 부풀어진 기운을 받았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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