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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소극적 태도가 불신 키운다"
[ 2009년 05월 15일 00시 36분 ]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해결법은 환자 측과 병원이 바로 합의를 보는 것이지만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원만한 매듭을 짓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소송이라는 긴 터널을 선택하기엔 복잡한 절차와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의 문제가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사법기구에 준하는 판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조정 권한을 지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분쟁조정 업무를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

이른 바 ‘의료분쟁법’ 추진을 둘러싸고 다시금 의료사고의 원만한 해결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원 피해구제본부 박정용 의료팀장[사진]을 만나 소비자원에서 행하는 의료분쟁 조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 봤다.

Q.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조정까지 진행되는 절차를 간략히 설명해 달라.
A.피해구제를 받고자 하는 소비자(환자)는 우선 상담을 받고 의무기록 등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사건이 접수되면 원내 분쟁조정 1, 2국이 사실 확인 및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합의를 권고하는데, 이 때 어느 한쪽에서 합의를 거부할 경우 사안은 분쟁조정위원회에 넘어간다. 회의를 거쳐 조정이 결정되면 조정서가 양 당사자에게 송달되는데, 이를 받고 15일간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된 것으로 간주돼 법적 강제효과가 부여된다. 반면 어느 한쪽이 결과를 승낙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사법적 해결에 기댈 수밖에 없다.

Q.상담 및 조정 신청 시 신청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A.분쟁조정에 필요한 의무 기록 등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일단 조정에 들어가면 전문 자문료나 조사비 등 일체의 비용은 국가 부담이다. 소송에 비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상담건수가 많은 편이다.

Q.연간 몇 건 정도의 의료분쟁을 처리하나. 접수 후 바로 합의를 보는 경우와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경우 등 사례를 %로 표시한다면.
A.연간 700~800건의 의료분쟁을 처리한다. 이 중 40~50%는 합의를 보고 피해 환자가 보상을 받으면서 사안이 종료되고, 30~40%는 의사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판명난다. 이 때 합의를 이루지 못하거나 의사의 무과실을 납득하지 못한 나머지 20%만이 위원회의 조정 결정과정을 거친다.

Q.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수락/불수락하는 비율은 어떻게 되나.
A.다른 분야의 경우 70~80%가 결과에 승복하는 데 반대 의료 분야는 50~60%로 수락률이 다소 낮은 편이다. 그러나 사안이 법정까지 갈 때 법원에서도 위원회의 조정 결정과 경위 등을 참고하기 때문에 조정 결정은 지속적으로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Q.의료팀원 및 전문위원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A.의료팀은 총 9명으로, 간호 또는 법학 전공자로 구성돼 있다. 의무 기록 등을 판별하기 위해 전직 간호사 경력이 있는 분들을 많이 채용한다. 의료 자문을 구하는 전문위원은 협회나 국공립병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추천을 받아 2년 임기로 70~80명의 의사를 선별한다. 분쟁조정위원회에도 비상임위원으로 의사 3명이 포진해 있다. 조정을 결정할 때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Q.전문위원으로 선정된 의사의 중립성이 많이 요구될 것 같다.
A.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임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지만 선임 이후에도 철저히 신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 활동에 제약이 없게 배려하고 있다. 자문해준 의사가 누구냐는 추궁이나 정보공개 요청을 종종 받지만 단 한 차례도 들어준 적이 없다. 자문료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어서 전문위원으로 선임된 의사가 시간부족을 이유로 몇 달을 못 넘기고 거절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많다. 사명감을 갖고 자문에 임하는 전문위원이 오래간다.

Q.아무래도 기관명이 ‘소비자원’인 만큼 조정과정에서 소비자(환자)를 우선하게 되진 않나.
A.의료팀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철저히 객관성·공정성·전문성을 지켜가자는 것이다.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양쪽의 불만을 동시에 듣는 일인 만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조정 결과에 신뢰성이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개념은 구시대적 유물로 간주된다. 2007년 ‘소비자보호원’에서 ‘소비자원’으로 기관명을 변경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다.

Q.수많은 의료분쟁을 처리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감회는.
A.의료분쟁은 사람의 신체·생명과 직결돼 있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 공격적인 부분이 많다.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지식 차이가 워낙 현저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악의적으로 의료기관을 괴롭히는 것 같은 신청인도 더러 있지만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만큼 의료기관 자체 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필요성이 있는데 실제로는 아예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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