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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진 의원 "존엄사, 의료계 역할 크다"
[ 2009년 05월 25일 00시 00분 ]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존엄사법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는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신상진 의원(한나라당)이 대표발의한 '존엄사법안'이 계류 중이며, 내달 열리는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신 의원은 지난 2월 '상해나 질병 등 의학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없고 단기간 내에 사망에 이르는 말기환자에 대해 연명 치료를 보류하거나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의 '존엄사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법안에 명시된 존엄사의 적용 범위는 '의학적 기준에 따라 2인 이상의 의사에 의해 말기상태 진단을 받은 환자로, 의학적 판단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고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했다. 그 절차와 요건에 대해서도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했다고 신 의원은 전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존엄사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고 시행할 주체로서 대학병원 교수진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22일 국회에서 만난 신상진 의원으로부터 대법원 판결과 존엄사법안의 전망을 들어봤다.
신상진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던 존엄사 문제가 공론화됐고, 제도적 마련의 물꼬를 틔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됐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국회에서 존엄사법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말기암 상태로 임종이 가까운 환자와 가족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으며,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법제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그 어려움을 덜어주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학적, 윤리적 문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정 부문 해소된 만큼 이제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는 것이 신 의원의 생각이다.
존엄사법안은 내달 복지위 상임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안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변웅전 복지위원장은 지난 21일 "존엄사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국회에서도 관심을 두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신 의원은 그러나 '연명치료 중단'이 소극적 안락사 또는 적극적 안락사의 연장선에서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이 발표한 존엄사 3단계 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병원계가 발 빠르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타당하다. 다만, 세브란스의 3단계인 식물인간 상태는 이 법안과는 별개"라며 "돌이킬 수 없는 말기암이 존엄사법의 근저에 해당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복지부 소극적" 질타…"경제적 악용은 관념적 주장"
그는 "존엄사는 신중히 논의돼야 한다"는 복지부 입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1심 재판 이후 수개월 동안 '연명치료 중단'이 사회적 이슈로 다뤄져 왔지만,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달경 완료되는 연구용역을 근거로 내세워 사회적 관심에서 비켜가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신상진 의원은 "그동안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는 점은 타당하지 않다. 사회적 뒷받침이 이뤄지도록 복지부가 진지한 자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존엄사를 경제적인 문제로 악용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희박한 관념적 주장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의사의 소신에 따른 존엄사 거부를 법의 잣대로 징벌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조치이며, 의료인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신 의원은 "사전의료지시서 등을 예로 들면 비교적 의사표사가 가능한 상태에서 의사를 밝히고, 복수의 의료진이 판단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악용의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작다. 그 주장은 매우 관념적"이라며 "존엄사 거부를 징벌하는 이유 또한 의료진이 존엄사를 거부할 때 발생할 소송과 사회적 비용을 다수의 가치로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엄사 자체가 의료진의 판단으로 시작되는 만큼 의사의 소신을 저해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견해다.
신상진 의원은 "임종이 임박한 말기암 등이 존엄사법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법안을 신속히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존엄사의 또 다른 주체인 의료계도 보다 세밀하고 타당한 시스템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며 "전문가로서 의학적 판단이 들어간 기준과 지침서 등을 마련하는 데 더 노력해달라"고 의료계의 역할을 주문했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존엄사는 국내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종교계의 입장을 어떤 식으로 수용할지와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가 더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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