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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극같은 오지도 의사 발길 예외없다"
[ 2009년 06월 12일 00시 14분 ]
“사람 사는 곳에 의사가 필요하지 않는 곳이 있을까요. 남극과 북극처럼 오지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낯설다면 낯선 이름, 극지의학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강윤규 회장(고대 재활의학과교실)[사진]은 “생소한 분야이긴 하지만 남들이 쉽게 접할 수 없기에 더욱 매력적”이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늘날, 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 어디든 못갈 곳이 없는 세상이 됐지만 아직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곳이 바로 남극과 북극. 오지 중의 오지인 이 곳에도 한국의 의학이 모락모락 꽃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사람들의 반응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극지의학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쉽게 말하면 남북극에 있는 세종기지와 다산기지 대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게 일차적 목표고, 더불어 기초의학과 생물학, 나아가 임상의학에서의 적용 등을 연구하는 게 우리 극지의학연구회가 하는 일이죠.”

지난 2007년 6월 문을 연 극지의학회는 같은 해 11월 정부기관인 극지연구소와 의료 환경 개선 및 체계적인 의료 환경 구축을 위한 협약식을 맺고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이후 극지의학회는 응급의학을 비롯 가정의학, 재활의학, 정형외과 등에서 관심을 보이는 20여 명의 의사가 힘을 합쳐 국내와 극지 두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극지의학회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는 극지 파견 의사를 양성하는 일입니다. 18명 정도 되는 극지대원들의 건강을 챙기려면 아무래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강 교수에 따르면 파견 의사들은 공중보건의 중심이라고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인턴생활을 시작한 이들 가운데 군 문제로 고민하는 의사들이 남들과 다른 경험을 쌓고 싶어 극지연구회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최근 경쟁률을 살펴보면 30대 1 정도가 평균선이다. 진료는 고사하고 생활조차 힘든 극지파견의사에 이처럼 경쟁률이 느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평생 한 번 하기 힘든 경험을 얻고자 하는 패기 있는 젊은 의사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3년이란 긴 시간동안 모두 극지에서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강 교수는 “파견 전 1년간 공보의로서 평소처럼 근무하면서 6주간 관련 교육을 받은 뒤 극지로 떠나게 된다”며 “극지에서 1년을 보내고 돌아오면 남은 기간은 국내에서 마무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극지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과 대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죠. 각종 기초 검사를 통해 파악된 대원들의 생체정보를 통신망을 통해 국내에 전송하고 극지의학회 교수님들의 자문을 얻어 진료하게 됩니다. 연구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극지에서 흔히 보이는 동상, 관절질환 등에 대한 질환연구는 물론 조류들의 주요 이동경로가 이 곳인 점에서 착안해 AI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극지의학 자체가 워낙 미개척에 분야이기 때문에 연구할 분야도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며 이 같이 소개했다.

하지만 전문의들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두 곳에 나뉜 기지 대원들의 수가 많지 않은데다 비교적 교통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3~4년내 들어설 남극 내륙기지엔 대원도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 5~60명이 예상되는데, 이들을 관리하려면 아무래도 전문의들의 손길이 필요할 겁니다.”

강 교수는 과거에는 전문의들의 참여가 가끔씩 있어왔지만 지금은 전무하다며 앞으로 전문의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 개발에 골몰할 생각이란다.

더군다나 올해 말 건조가 완료되는 국내 최초 쇄빙선 ‘아라온’에 탑승시킬 의사도 양성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다짐도 스스로 하고 있다.

그래도 강 교수는 웃는다. 대한민국 극지의학의 미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까닭이다. “2년이란 시간동안 구체적인 성과를 말할 만큼 대단한 것은 이루지 못했지만 꿈만큼은 여전히 미래를 향해 곧장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 7월에는 드디어 해외 관련 학회들과 첫 교류도 시작하고, 대학의 지원 속에 개척 분야도 넓어지고 있으니깐 말이죠. 앞으로 상상을 해보십시오. 지금은 남극과 북극, 두 군데뿐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결국 우주를 향하게 될 겁니다. 아직 인류가 정착하지 못한 우주에 처음 발 내딛는 국내 최초 의사는 바로 우리 극지의학회 소속 의사들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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