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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의사, 여성을 말하다
[ 2009년 07월 09일 03시 31분 ]
그리스의 신화 속 남성과 여성은 본디 한 몸이었다. 그러나 신의 자리에 오르고자 신에게 맞선 인간은 그 벌로 지금의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졌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애타게 찾을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게 됐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봐도 이는 매우 과학적입니다. 인간의 몸에는 신기하게도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모두 존재하며 적절한 비율로 분비돼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죠. 그러다 나이가 들면 남성은 여성호르몬이,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더 분비되면서 점차 서로를 닮아가게 되니 신이 인간을 처음 창조한 의도대로 완성체가 되어가는 겁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시각 담아 그림 해석

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사진]이 서양 명화 속에 드러난 여성의 인체미와 사랑, 성공 등 다양한 삶의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 ‘내 안의 여자가 말을 걸다’를 최근 펴냈다.

3년 전,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심 원장은 한 일간지로부터 여성의 몸을 명화에 빗대 글을 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10회 정도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명화 속 여성들을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나름의 시각을 담아 해석해보고자 했죠.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던지, 신문사에서도 계속 연재를 부탁해왔고 저 역시 글 쓰는 재미에 빠져 살다보니 결국 책까지 내게 됐네요.”

세계일보 문화면을 통해 매주 목요일마다 한 꼭지씩 150회 가량, 3년에 걸쳐 쉼 없이 그림을 통해 본 여성과 여성의 삶 등을 이야기 해오며 필력을 자랑했던 그이지만, 한사코 대단한 일이 아니라며 손을 내젓는다.

심 원장은 “그림을 좋아하긴 하지만 평론가처럼 보는 법은 알지 못한다”며 “다만 일반인의 시각에서 이런 방법으로도 그림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달라”고 말했다.

여성의 외면에서 내면으로

책은 여성의 몸에서 시작해 여성의 내면을 향해 점차 나아가고 있다.

키르히너의 ‘모자를 쓴 여성 누드’ 속 주인공 도리스의 가슴에서 유방의 본래적 목적, 수유의 의미를 찾는가 하면, 코르셋으로 허리를 잔뜩 조여 맨 고야의 ‘알바 공작부인’에게서 S라인의 역사는 고통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러다 빈 센트 반고흐의 ‘두 소녀’에서처럼 여성의 관계지향적인 우정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한편, 앞만 보고 달리는 알파걸들에게 귀도 레니가 그린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처럼 잠시 쉬어가는 여유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그가 남성이면서 여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매일같이 환자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그들의 삶 그 자체를 이야기를 나눠온 덕분이다.

“사람들은 성형을 단순히 미의 관점에서 바라보곤 하지만 그 속에서는 여성의 삶 또한 함께 녹아들어 있습니다. 책 또한 여성의 겉모습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여성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비롯됐습니다.”

성형의 또 다른 의미를 찾다

인터뷰 끝 무렵, 책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그림 하나를 꼽아달라고 부탁하자 심 원장은 주저 없이 프리다 칼로의 ‘물이 내게 주는 것’을 내보였다.

목욕 중에 자신의 발을 내려다 본 그녀가 풀어놓은 상상력에서 심 원장은 성형외과 의사로서 지녀야 할 가치관을 떠올린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면서 철 침대 위에 여행객들을 눕히고 침대의 길이에 맞게 다리를 늘이거나 잘라냈던 프로크루스테스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돕니다. 이 이야기처럼 저 역시 마냥 융통성 없는 미적 기준을 적용하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지 말자고 다짐하곤 하죠.”

성형의 또 다른 의미, 바로 상실감을 느끼는 여성의 마음도 함께 어루만진다는 뜻을 그에게서 되찾는 순간이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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