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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환자와 통심(通心) 하는 여의사
[ 2009년 09월 06일 22시 15분 ]
일생을 셰익스피어 연구에 바친, 국내에서 셰익스피어 전집을 처음으로 완역했던 고 김재남 교수(동국대 전 교수) 막내 딸인 은혜산부인과 김애양 원장. 지난해 6월 정식 수필가로 등단한 36명의 의사수필가들이 모여 창립한 한국의사수필가협회 총무를 맡고 있는 그다. “덮어 놓았던 꿈이 새어 나를 찾아왔다”고 집필 동기를 문학적으로 표현한 김애양 원장 곁에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상상력과 기지와 엉뚱함이 버무려져 유머와 재치 넘치는 맛깔스런 글이 그 이유를 대변한다. 데일리메디가 김애양 원장[사진]을 만났다. [편집자주]

“의학이 아주 딱딱하고 경직된 학문인 줄 알지만 인체에 다가서고 인간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문학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문학과 의학이 서로 반대분야가 아니라는 것이죠. 말하자면 문학 자체가 진료라고나 할까요.”

그는 사물을 기억할 때 문학작품 속 표현을 인용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해 재치있게 대화를 이끌어 내는 마력이 있어 밤새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누구보다 넓고 깊다. 실제로도 그가 좋아하는 외국 고전의 탐독 수준은 가히 대단한다. 그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삶을 간접 체험해 본 결과 어떤 환자라도 인간의 범주에 들어 있는 한 이해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 것 같다”고 했다.

더군다나 ‘의사스럽지 않아서 좋다’며 찾아오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면 그의 진료실 모습도 눈에 그려진다.

수필가로서의 평판 또한 ‘의재(醫才)만큼 번뜩이는 문재(文才)’라며 ‘한국 수필계의 앞날을 밝힐 횃불’로 지칭될 만큼 자칫 무의미한 신변잡기나 자기 넋두리로 전락할지 모르는 수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듯 보인다.

등단 10년 만에 발간된 그의 수필집 ‘초대’는 나오자마자 제4회 남촌문학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인 서강대 이태동 명예교수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수필에 새로운 충격을 가할 만한 수작”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영문학자인 아버지를 동경하면서 마음 한 켠에 간직해 온 꿈을 우연한 기회로 펼치게 됐다.

“10년전 IMF 때 실직을 하고 문화센터를 기웃거리면서 글을 쓰게 됐어요. 열심히 글을 써냈더니 5편을 쓰니까 교실에서 가장 빨리 발전한 학생이란 말을 들으며 3개월 만에 등단을 했지요.”

그런데 미국에 유학 가 있던 딸에게 가 봐야 할 일이 생겨서 6개월을 못다 채우고 문화센터를 떠났고, 개업 후 8년쯤 된 지난해 다시 찾아가니 그 때 그 선생이 김애양 원장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늦었다는 회한과 숱한 시간을 다른 일에 소진했다는 후회가 몰려올 만큼 다시 입문한 문학수업은 값지고 보람되게 느껴졌어요. ‘글의 힘’이란 것이 대단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살아가요.”

한 번은 모교인 이대 동창 모임 초대장에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인정감, 안정감, 소속감 3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모임에 소속된 여러분들, 많이 참석해 주세요’란 문구를 새겨 넣었는데 그 때 출석률이 100%였다고 한다.

그는 책을 내고 환자와 신뢰가 많이 두터워진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환자들이 ‘선생님 책 내셨던데요, 너무 좋았어요’라며 격려의 말, 칭찬 한마디가 큰 힘이 돼서 더 따뜻한 진료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환자와 라포 형성도 절로 되고, 집안에서도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여러모로 너무 뿌듯해요.”

그는 이제 ‘명작 속의 의사’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의사가 등장하는 소설들을 모아 현실속의 의사와 무엇이 같고 또 다른지 분석한 책이다.

“좋은 책을 읽고 내가 받았던 감동을 남들에게 고스란히 나누어 주고 싶고 의학도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그 다음엔 ‘명작 속에 나오는 질병’을 다루어 일반인들에게도 의학에 대한 지식을 더 쉽게 이해시켜 주고 싶어요.”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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