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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돈 안되는 '성형수술 외길 30년'
[ 2009년 11월 05일 22시 08분 ]
1981년 어느 늦은 밤, 고작 1년차였던 한 레지던트는 열 손가락 모두가 잘려 피가 흥건한 채 병원으로 달려온 20세 환자를 지켜봤다. 이 레지던트는 '연필심'보다도 더 얇은 혈관을 다 잇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건만 썩어 들어가는 환자의 손가락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로부터 28년이 흘렀다. 이 레지던트는 세월의 더께와 함께 지금, 한양대병원 성형외과학교실 교수로 옷을 갈아입었다. 미용성형이 판치는 성형외과에서 '힘들고, 돈 안되는' 미세수술 분야에 그것도, 한 우물만 파고 든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안희창 교수[사진]를 만났다.

"레지던트 1년차 때의 그 경험은 평생의 방향을 설정해 준 일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이 곳에서 환자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요. 눈과 손이 혼연일체가 돼야 하고, 의욕만 가지고서는 '훌륭한' 성형외과 의사가 될 수 없음을 확신하기도 했었죠."

"보석 감정에 쓰는 현미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그때 이후로 2~3년 동안 쥐를 이용해 대퇴동맥을 잇는 연습을 하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결국 3년차 Chief 레지던트가 되던 무렵, 손가락 절단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그는 환자의 완벽한 회복을 지켜볼 수 있었다. 1년차 시절의 경험이 묘하게 교차되던 순간이었다.

미세수술 분야는 사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다. 하루종일 수술에 매달려도, 수가는 너무 열악하다. 유리피판술의 경우 69만원인데 여기에는 재료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숙련된 20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의사를 포함 간호사 등 최소 4인 이상 투입된 인력과 함께 했을 경우다.

안희창 교수는 "대부분 기계에 의한 손이나 손가락 절단 등의 사고인데 이 경우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머리카락의 1/10 굵기, 수술용 실로는 0.5㎜~1㎜ 굵기의 가는 조직을 서로 이어주는 미세접합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부접합 시술은 손과 손의 근육이 손상되거나 질환이 발생될 경우 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 분야. 특히 육안으로 보이지 않아 수술하기 어려운 부위를 수술용 현미경을 이용해야 한다. 꼬박 18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절단된 손발과 신체 부위를 접하는 수지재접합술과 미세한 부분을 정밀하게 수술하는 미세수술은 외과적 시술 가운데서도 가장 고난이도 분야다.

그럼에도 안희창 교수는 "오랜 시간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것에 비해 의료수가가 낮다는 점은 늘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유독 미세수술에 대한 고집은 유난할까. "성형외과라는 학문의 본래 목적이 불완전할 것 같은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가능하도록 한다는 데 있습니다. 후천적 사고나 암 등 중증 질환으로 인한 신체의 변형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이를 완전히 복원시키는 데 성형외과 의사들의 손길이 절실하죠"라고 말했다.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대목이다.

안 교수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평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면서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은 미세수술 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무엇보다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젊은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의사 자신이 편한 수술, 오로지 수술만을 위한 수술은 절대 환자는 물론, 자신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당부한다.

안희창 교수는 "앞으로 미세수술 분야에도 젊은 의사들이 많이 계속해서 배출돼 다른 분야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넓이와 깊이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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