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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타파" 국내 응급의학 선구자
[ 2010년 02월 03일 03시 51분 ]
“의사 생활 30년 동안 형편없는 의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합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된 고대 홍윤식 교수는 이 땅에 응급의학이 태어나고 성숙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외과 전공의 시절 외상학 분야에 관심을 가진 그는 1988년 독일문화원의 초청으로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응급의학에 눈을 뜨게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응급의학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독일은 전 국민이 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소위 ‘돈이 벌리는’ 전공만 발전할 가능성이 희박하죠. 그런 환경에서 발전된 응급의학을 배우고 돌아올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습니다.”
홍 교수는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와 뜻 맞는 지인들과 함께 응급의학회를 창립하게 된다. 이후 응급의학이 전문 과목으로 자리 잡은 게 1990년대 초중반 즈음이다.
그는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가난한 분야지만, 뜻 맞는 외과의사들이 모여 학회를 만들 수 있었다”며 응급의학이 전공분야로 발전하기까지 정착 과정을 회고했다.
“다른 학문과는 다르게 응급의학은 시민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학문이란 특성을 갖고 있어요. 응급실에서 인턴들의 미숙한 조치로 의료사고가 나니까 필요성이 대두되게 시작한 겁니다.”
홍 교수는 “응급환자는 다발성 질환을 가진 모든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의 처치 및 구급대원 교육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에서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타교 출신 임용,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것”
연세의대 출신인 홍윤식 교수는 순혈주의를 깨고 30년 가까이 고대에 몸 담아왔다.
최근 고대의료원이 인턴, 레지던트, 임상강사에 이어 교수급까지 타교 출신 비율을 늘려나가는 등 적극적인 외부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는 바, 타교 출신 교수로서 초창기 겪었던 고충은 없었을까.
“연세대랑 고려대는 시스템에 차이가 있어요. 연대가 미국 시스템이라면, 고대는 의학은 서양학문이라도 분위기 자체가 한국적이랄까.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홍윤식 교수는 “서로 긴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경쟁하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면서 “순혈주의는 메이저 대학들이 먼저 타파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야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모교인 연대가 의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줬다면, 고대는 나의 모든 의학적 발전을 이루게 해준 학문의 고향”이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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