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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항암제 연구, 한국이 앞장선다"
[ 2010년 02월 09일 03시 24분 ]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오늘 나의 이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뒤에 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지니”
아스트라제네카가 최근 R&D 분야에 처음으로 마련한 ‘항암제 연구개발 아시아 의학고문’에 오른 손지웅 전무.
[사진]
손 전무는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소감 대신 칠판 가득 쓰인 서산대사의 시를 가리켜 보였다.
“본사에서 이번에 중책을 맡겨줘서 매우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서산대사의 시는 지금 제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할까요.”
그만큼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번에 손 전문에게 맡긴 직책의 의미는 남다르다.
항암제 초기 개발 분야는 임상개발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영역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손 전문을 내세움으로써 한국을 항암제 R&D 분야의 전략적 요충지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와 MOU를 맺고 3년간 260억원을 투자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가 짊어진 책임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손 전무는 “아스트라제네카 뿐만 아니라 제약 산업 전체를 봤을 때도 아시아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며 “제약사의 전략적 변화와 고민이 맞닿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80~90년대까지만 해도 주요 상위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혁신 신약을 봇물처럼 쏟아내며 성장을 이끌어왔지만, 2000년대 들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이다 못해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재평가, 그리고 이를 위해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손 전무는 “R&D에 필요한 자금은 결국 시장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국을 비롯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는 다국적 제약사에서도 중요시 여길 수밖에 없다”며 “이 가운데 연구·개발 능력이 뛰어난 한국의 강점은 앞으로도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블록버스터급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만큼 조직의 유연성도 강조됐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의 또 다른 트렌드는 바로 외부 조직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혁신은 사이즈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제약계도 전략적 파트너십, 말 그대로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법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서 운영 중인 가상신약개발연구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은 물론, 최근 바이오 벤처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와 제휴관계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기로 한 것도 모두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된 결과다.
하지만 흔히 지푸라기 더미 속에 바늘 찾기에 비유되는 신약개발에 있어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시아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개척과 다름없다.
“다국가 임상시험 현황에 관한 한 조사 보고서를 보면, 3상 임상의 경우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1상이나 2상과 같이 연구·개발에 있어 핵심을 이루는 초기 임상의 비중은 2~3%에 머무는 게 고작입니다.”
항암제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품화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이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란다.
그럼에도 그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의사로서 수년간 제약분야에 몸담으면서 지켜본 결과 한국의 잠재력은 분명 빛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 탓이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앞으로 국내에서 초기 임상이 활발해 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란다.
손 전무는 “국내에 뛰어난 아이디어와 연구능력을 갖춘 분들은 곳곳에 계시지만 정작 이들이 밖으로 나올 창구는 많지 않았었다”며 “앞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이들을 발굴하고 빛을 볼 수 있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한다면, 한국이 항암제 분야에 앞장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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