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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과 의사들은 참는데 익숙해 문제"
[ 2010년 03월 10일 05시 28분 ]
“의대생들과 의사들은 참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의대생 시절부터 시작해 병원에서까지 참는 것에 대한 훈련이 너무 잘 돼 있어요. 문제는 우울증이 와도 버티고 참으려 한다는 거죠.”
5일 만난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
[사진]
는 최근 전해진 의대생ㆍ의사들의 자살 비보에 대해 이처럼 진단하면서 “여건 개선을 바탕으로 한 의대ㆍ병원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함봉진 교수는 지난 2007년 전국 37개 의대 7135명 학생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 우울증 및 자살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 실시 전 1개월 동안 자살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학생은 전체의 4.0%, 자살 계획을 경험한 경우는 0.8%, 자살시도를 한 적 있는 학생은 0.2%로 집계됐다.
함봉진 교수는 “자살계획이나 시도가 있었던 학생이 1%였다는 것은 꽤 높은 수치다”면서 “일반인 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그 심각성을 언급했다.
또한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우울증을 꼽는 것을 감안할 때 심각한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는 학생이 전체의 2.9%, 경도우울장애의 경우 2.1%라는 수치는 그 위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결과인 셈이다.
의대생의 경우 학습 부담이 가장 크고 기간이 길며,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역시 큰 노동 강도와 책임도가 뒤따름과 동시에 환자와 보호자들과의 대인관계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의대 교수들 역시 일반 대학교수들 만큼의 교육ㆍ연구에 대한 요구 뿐만 아니라 병원 진료에 대한 업무 과부화가 커 고도의 육체적ㆍ정신적 집중을 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함봉진 교수는 “일단 당장은 학교나 병원에서 상담이나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제도는 있지만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라 전문성이 있고 실질적으로 의대생 및 의사들이 이용하기 쉬우며 비밀 보장이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대생의 경우 하버드 대학 등 외국 유수의 대학을 보면 학교 내부적으로 학생지원센터가 있어 그 속에서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건강증진, 학습지도 등을 관리 및 총괄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함 교수는 “서울대의 경우 개인적으로 구상해 오다가 조금씩 활동하고 조교들이 한두 명씩 붙어 진행하고 있으나 사실 이것들은 개인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며 “교무과, 총무과 같이 학교의 기본 조직 중 하나로 들어가 있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기본 필수 조직 중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정신과 상담센터 및 체계가 의대 및 병원 내부에 구축될 수 있도록 교과부나 복지부 등 관련 기관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함 교수의 말처럼 “의대생이나 의사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라는 조언은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인 것이기에 실질적인 여건 개선이 되지 않는 이상 자살 예방 및 우울증 치료에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함봉진 교수는 “서울의대의 경우 많이들 알고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지만 의사들은 글쎄, 상담 받으러 오고 싶어도 그 시간조차 없어 시간 약속을 미루고 변경하기 일쑤다”면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임을 토로했다.
주변의 도움과 우울증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원활히 진행되면 자살률은 떨어질 수 있으므로 함봉진 교수는 “참고 버티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여건 개선 및 제도적 장치 마련을 거듭 강조했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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