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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선 '인권클리닉'
[ 2010년 04월 26일 08시 06분 ]
의사는 크고 넓은 의자에 앉아 환자를 기다리고, 줄지어선 환자는 한명씩 조심스럽게 들어와 등도 없는 조그만 의자에 앉은 후 진료를 받는다.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심적인 거리는 그 이상임엔 분명하다.

첫 만남부터 거리감을 두고 시작한 의사-환자 관계에 대해 인권감수성이 높은 현대인들은 이 같은 의문점을 던지곤 한다.

여기 “인권이 침해당하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기본 명제에서부터 시작해 의사 본인 스스로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의미 있는 활동을 시작한 의사가 있다.

최근 국내 첫 인권클리닉을 개소, 인권피해자들의 치료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이화영 대표[사진]를 직접 만나 그 행보를 전해 들었다.

“폭력적 사건으로 생명의 위협을 겪은 피해자들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후유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사회는 폭력적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국가ㆍ사회적 시스템이 형식적이거나 미미할뿐 입니다.”

의료계 역시 피해자들의 정신적 외상에 대한 의료지원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아왔다.

인권피해자들의 심각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의료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인권클리닉 한 곳 뿐이라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인권클리닉은 폭력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에게 정신적, 심리적 의료지원을 제공하고자 설립됐습니다. 인권클리닉의 피해자지원 TF팀은 정신과 전문의들과 심리상담가들로 구성돼 있어요. 신체적 증상에 따라 내과나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등의 의료진들의 연계 역시 이뤄지게 됩니다.”

"상담 치료 비용 무료-그동안 모금활동 통해 충당"

인권클리닉은 상담 및 치료에 대한 일체의 비용을 물지 않으며, 이는 지난해부터 국내 의료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모금활동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아직은 그 규모가 작아 재정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클리닉 운영의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인권피해자들을 만나보면 적절한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자기 분노가 발작적으로 폭발하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지니게 되죠. 이러한 신체ㆍ정신ㆍ사회적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전문가적 도움이 절실합니다. 각자의 트라우마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들이 조기 개입을 해야 합니다.”

현재 정신과 병원에서는 약물치료가 주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심리상담 지원이 부족한 형편이다.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치료를 위한 접근성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화영 대표는 전문의 뿐만 아니라 상담사 등 양질의 전문 인력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 차원 숙련된 전문인력 확보 지원 필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부분이 상담입니다. 미숙한 상담의 경우 피해자들이 제2의 피해를 겪기도 합니다.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또 다른 상처와 고통을 안고 가는 셈이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무분별한 인증작업에서 벗어나 국가차원의 교육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인권클리닉은 살해사건 유족이나 공권력에 의한 고문피해자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오픈했지만 향후 성폭력피해자 및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의 피해자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길태 사건에서처럼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족들이나 천안함 실종피해자 가족들, 군의문사 유족들 등 이들의 정신적 외상에 대한 의료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인식이 부족하지만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분이 많으니 곧 그 심각성을 깨닫고 의대생에 대한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의료계 전반에 인권의학에 대한 가치가 점차 정착되리라 생각됩니다.”

해외 유수의 대학처럼 인권클리닉이 대학병원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 의료인들 스스로가 진단, 치료 중심의 시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낮은 곳으로의 시선이 자연스러운 의료계. 이화영 대표가 꿈꾸는 그 가치의 끝이 창대하리라 기대해본다.
김선영기자 ks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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