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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할 땐 철인(鐵人) 되는 의과의사"
[ 2010년 05월 24일 13시 55분 ]
"어떻게 인연이 닿았냐고요? 그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어요. 지금이야 대장암을 비롯해 대장항문 질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수요가 증가했지만 그 때는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드물었으니까요."

얼마 전, 전남대병원 김영진 원장의 이력에 하나가 더해졌다. 1527명의 회원을 진두지휘할 학회 수장, 대한대장항문학회 회장이다.

김영진 회장은 "1988년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 해 은사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의사로서 역할 모델이었는데 당시에는 충격이 컸죠. 처음에는 정신과를 생각했었는데…이런 것이 운명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대장항문 외과의사로서 그는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 주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5시간을 서서 갈 수 있을까요? 그 어떤 일을 한다해도 5시간 이상을 서서 버틸 수는 없어요. 그렇죠? 그런데 말이죠, 외과의사들은 수술을 할 때 만큼은 철인이 되는 것 같아요. 5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그렇게 긴 시간을 서 있는 채로 몰입할 수 있어요."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명쾌함, 당당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모두가 한 데 스며 들어있었다. 지난 30여 년 간 '칼잡이'로서 그를 지탱해줬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대장암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외과학회가 세분화되면서 현재 10개 세부 전문의로 나뉘어져 있는데 앞으로 대장항문 외과의사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단, 이에 걸맞는 역량과 능력을 갖추는 '실력있는' 의료진으로 거듭 나야 하겠죠"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위기의 외과 구하기'가 속절없는 바람에 그치지 않길 희망하고 있다.

김영진 회장은 "외과의들이 수련이 끝나고 개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습니다. 이번에 외과 수가가 30% 인상이 되긴 했지만 수가 인상이 본질이 아니라는 얘기죠. 고생하더라도 전문의를 따고 나면 미래가 보장이 돼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으니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일부 병원들이 '전공의 월급 200만원, 300만원 인상'으로 다소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았던 것에 대해 묻자 지방에서는 사실 외과 전공의에 더 "얹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영진 회장은 "지역에 남아 지역 의료의 질을 살리도록 하려면 더더욱 그러하죠. 응급의료의 중요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응급의료기금, 응급의료센터 지정 등 두 팔 걷고 나섰잖아요. 외과도 전향적으로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부의 '결단력'과 의료진들의 노력이 함께 발휘돼야 외과가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그는 장밋빛 미래가 머지 않아 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의료라는 것이 싸이클이 있다고 봅니다. 그네같이 균형감을 유지하면서도 어느샌가 제자리에 돌아오는…. 항상 더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고진감래(苦盡甘來). 제자들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하는 이유도 지금 당장은, 힘들고 고되더라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하고, 또 확신하기 때문이다.

김영진 회장은 "대장항문학회는 외과 전체적으로도 중추적 규모이며 침체된 외과 분위기 쇄신에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건강보험 수가 문제의 대응, 세부전문의제도 추진에 따른 수련 프로그램 개발 등 학회의 질적 도약을 위해 일조하겠다"고 거듭 피력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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