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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학 진료실에 출근도장 찍는 노(老) 교수
[ 2010년 06월 07일 22시 31분 ]
지난 25일. 올해 79세 노(老) 의사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후학의 진료실에 출근 도장을 찍은지 꼭 한 달하고도 보름이 되는 날이다.

의사생활을 하는 동안 대장암, 위암, 간암 등 세 번의 암수술을 했고 퇴임 후에는 파킨슨으로 힘겹게 투병중인 노 교수.

한 걸음 내딛기도 버거운 몸이지만 후학들의 요청에 단숨에 달려왔다.

국내 ‘핵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창순 前 서울의대 교수[사진]. 그는 스승인 故 이문호 교수와 함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핵의학을 정착시켰다.

고 교수가 지난 97년 정년퇴임 후 13년 여 만에 다시 교정을 찾은 이유는 바로 서울대병원 핵의학교실의 50년 역사 검증을 위해서다.

핵의학교실 50주년을 맞아 기념책자 발간을 준비하던 이동수 주임교수가 핵의학사의 산증인인 고창순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제자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던 것.

이동수 교수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부탁드리기 조심스러웠다. 핵의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창순 교수 역시 “비록 몸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후학들이 의미있는 작업을 한다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한 달 보름 동안 신바람 나게 작업에 임했다”고 술회했다.

파킨슨 탓에 팔이 심하게 떨려 50년사 검수 작업이 녹록치 않았지만 고 교수는 수 십번의 탈고를 거듭했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교실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핵의학의 역사인 만큼 한 글자, 한 단어, 문장 하나하나 마다 사력을 불어 넣었다.

그는 이번 작업을 하는 내내 옛 추억에 흠뻑 취해 있었다. 스승인 이문호 교수로부터 핵의학을 배웠던 시절부터, 첫 강의에 나섰던 기억까지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돌이켜 보면 참 힘겨운 세월이었어요.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던 핵의학을 전문 진료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겠어요?”

스승인 이문호 교수가 우리나라에 핵의학을 처음 도입하고 대외적으로 인식 저변화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면 수제자인 고 교수는 내실을 다지는 역할을 담당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서 오는 보람과 쾌감도 있었지만 고난과 난관도 많았다. 현실적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느꼈던 스트레스는 그의 건강까지 해치게 만들었다.

1957년 일본 유학 시절 26살의 젊은 나이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고창순 교수는 핵의학이 기틀을 잡기 시작한 1982년 십이지장암으로 또 한 차례 대수술을 받았다.

특히 1997년 정년퇴직 직후에는 간암 4기로 발견돼 대수술을 받은 후 건강을 회복, 2006년 ‘암에게 절대 기죽지 마라’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다.

고창순 교수는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나 오갔지만 후회는 없다”며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는 것 같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학교를 떠나서도 핵의학과 교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아무쪼록 이번 책자가 향후 핵의학 50년사에 기틀이 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고창순 교수는 1932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953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의예과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57년 일본 쇼와의대를 거쳐 의사가 됐다.

1958년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를 지망하면서 이문호 교수와의 인연이 시작됐고, 핵의학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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