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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정체성=忠於根本(충어근본)"
[ 2011년 12월 02일 01시 31분 ]
한국의료사의 한 축을 담당해온 가톨릭의료원이 산수(傘壽, 80)를 앞두고 향후 정체성을 철저한 기본에서 찾기로 했다. 대형병원들과의 환자유치 경쟁에 편승하기보다는 대학병원으로의 소임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그 방향성은 당연히 교육과 연구다. 의학적 전인교육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배출하고, 연구력 증진을 통한 교원 역량을 한층 강화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단순한 ‘환자유치’ 보다는 대학병원의 ‘정체성 확립’이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보다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확신의 발로다. 지난 9월 연임에 성공한 가톨릭대학교 천명훈 의무부총장 겸 의무원장이 새 임기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단어 역시 충어근본(忠於根本)이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천명훈 의무부총장은 최우선 과제로 주저없이 ‘글로벌 인재 육성’을 꼽았다. 최고의 대학, 최고의 의료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소견도 곁들였다.

나아가 의사가 의료현장을 넘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소양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가톨릭대학교는 옴니부스교육과정을 신설했다. 이 과정은 의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 등이 융합된 커리큘럼으로, 전인적 교육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계를 리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MD외에 MD-Ph.D, MD-MBA, MD-JD, MD-Bioethics 등 복합학위자 배출도 적극 유도키로 했다.

실제 각 학과별로 최소 5명 이상의 복합학위자를 배출한다는 목표 아래 이들에게는 교수 임용 특혜를 부여하는 등 나름의 당근책도 제시한 상태다.

천명훈 의무부총장은 “150~300명 정도의 복합학위자를 배출할 경우 산업체는 물론 연구소, 국가 정책기관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곧 국가의 경쟁력이자 가톨릭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가톨릭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는 ‘전학생 장학금 지급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의학도들이 등록금 부담 없이 의학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주는게 목표다.

실제 전학생 장학금은 천명훈 의무부총장이 오랫동안 추진해 왔던 역점 사업 중 하나. 상위권 의과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준다는게 다소 파격적이긴하나 그의 소신을 뚜렷하다.

천명훈 의무부총장은 “학생 100% 장학금 지원은 의술을 통한 진정한 박애의 출발이 될 것”이라며 “의학도들에게 참된 의술의 의미를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학생 장학금 지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연간 80억원의 재정이 필요한 만큼 총액 규모 3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돼야 가능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는 1:1 멘토 장학금 제도 확대는 물론 동문과 기업체로부터 대학 발전기금 조성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연구력 강화만이 살 길

천명훈 의무부총장은 교육과 함께 연구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 및 병원의 지속발전을 위해서는 연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병상수는 계속 증가하고, 의료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의료수가 정체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의 연구역량 강화 정책은 신규 교원 채용에도 투영됐다. 실제 대학은 교수 채용조건으로 주저자로 참여한 SCI논문 3편 이상의 조건을 내걸었다.

뿐만 아니라 과감히 순혈주의를 타파, 연구역량이 뛰어난 교수에 대해서는 출신학교에 상관없이 채용 기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선발한 12명의 교원 중 6명이 타교 출신이며, 올해 72명의 교원 채용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30% 이상을 다른 학교 출신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이미 34명이 ‘SCI 논문 3편 이상’의 조건을 충족, 채용이 확정됐다.

가톨릭대학교는 교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채찍만 가하지 않는다. 실적을 내기 위한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충분한 보상기전을 마련, 연구력 배양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대학은 병원 임상연구소 네트워킹, 부설연구소 재정자립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실험동물실 확장, 리모델링을 통한 연구공간 확대, 생물안전실험실 신설 등 인프라를 대폭 확충했다.

뿐만 아니라 교수들의 선진의학 습득 기회를 넓히기 위해 해외연수도 적극 독려키로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위 취득까지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천명훈 의무부총장은 “연구력 강화가 교수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발전이 학교와 병원의 발전이고 나아가 한국의료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연구 부담만을 강요하지 않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적정보상을 병행할 것”이라며 “교육과 연구라는 충어근본(忠於根本)으로 가톨릭의 새역사를 써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77년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한 천명훈 의무부총장은 해부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독일 막스프랑크 뇌연구소 연구원과 가톨릭대 연구처장, 대한해부학회 이사장, 한국 뇌신경과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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