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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감 교차하고 답답해"


[ 2011년 12월 05일 21시 48분 ]

대한간학회의 고민이 깊다.

명실상부한 국제학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외형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공정경쟁규약에 발목을 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간학회는 최근 제주도에서 제9차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를 개최했다. 3일간에 걸쳐 열린 이번 국제학회에 참석한 외국인 연자만 22개국 80여명.

전체 규모로 따지면 30개국에서 1000여명이 간학회가 주관한 APASL에서 최신 지견을 서로 나눴다.

유병철 이사장(삼성서울병원)은 “간염을 비롯해 간암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실감한다”며 “이번 학회를 계기로 한국 의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의 간이식법과 김창민 차기 이사장(국립암센터)이 발표를 맡은 국가암감시사업에 아태 지역 의사들은 큰 관심을 보이며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간학회는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제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척박한 국내 여건 탓에 거듭 좌절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전국 규모의 캠페인. 간학회는 그동안 매년 '간의 날'을 맞아 전국 단위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공개 건강강좌와 무료 건강검진 등을 통해 봉사해 왔다.

그러나 공정경쟁규약이 시행된 이후 제약사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길이 요원해지면서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학회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학회 한 관계자는 “사실 봉사 차원에서 마련한 캠페인의 경우 학회 정관상 굳이 나서서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그러나 의사들이 모인 단체로써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의무를 저버렸다는 생각에 매년 해왔지만 이제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일각에서는 재정적 후원 대신 의약품 등을 지원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급성 환자 보다 만성 질환자를 주로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특성상 하루치 약을 나눠주는 것 보다 생활 속 예방법이나 검진을 통한 환자상태 확인 등이 더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없다.

학회 또 다른 관계자는 “아태 학회를 열 정도로 국격은 높아졌지만 캠페인 하나 진행하는 것도 눈치 속에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소리를 차마 입에 담지 못했다”며 “학회 이익이 아닌 국민들을 위한 일만큼이라도 최소한 규제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