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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2011년 04월 29일 16시 07분 ]

현직 의사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병원은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로 적당한가?”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내가 만약 불치의 병에 걸려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면, 내 마지막 삶은 결코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 케어타운 고다이라 클리닉의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야마자키 후미오는 병원은 절대 죽음을 맞이하기 적절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연명지상주의’를 표방하는 현대 의학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병원은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절명의 순간에 이른 환자에게 의례적으로 시행되는 무의미한 심폐소생술, 가족과 소중한 이별의 시간을 보내는 대신 중환자실에 격리된 채 기괴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환자들.

저자는 직접 목격하고 몸소 체험한 사실을 근거로 임종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의 불편한 진실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환자들이 의사의 명예와 사명감을 충족시켜줄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결코 폭로가 아니다. “희망을 말하고 싶어서 어둡고 우울한 메시지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가 말하듯 아픈 진실을 들춰냄으로써 그 아픔을 막을 수 있고,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책 후반부에는 과잉 의료나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해방돼 따뜻한 마음의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마지막 나날을 납득하고, ‘좋았다’고 생각하며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

야마자키 후미오, 번역 김대환, 잇북, 29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