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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손 하나 못 움직이며 평생 누워 아무 일도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새내기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어엿한 직장인으로 이 곳에 왔습니다."
십 여대의 특수 전동 휠체어가 모여 이채로운 모습을 보인 지난 24일 오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대회의실. 자신의 힘으로 걷는 것은 물론 호흡근육 약화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생명을 위협받던 환우와 보호자 열 두 가족이 자리했다. 대학 입학 및 졸업축하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각종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은 앓고 있는 그들이 오늘의 자리에 서기까지 헌신한 의료진과 후원기관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평소 호흡재활 환자에 많은 관심을 보여준 탤런트 김석훈씨도 행사에 참석, 축하했다. 이날 행사는 이들의 학업을 가능하게 한 호흡재활 성공 500례 기념식도 함께 진행됐다.
환우들은 어려운 투병생활을 이겨내고 각자 서울대, 연고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의 대학생활을 앞두고 있거나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대학연구소와 기업체에서 직장인으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몸을 휠체어에 묶고 부모님이 한 장 한 장 넘겨주는 책을 보면서 노력한 결과 이번 3월에 새내기 대학생이 되는 고두호 (아주대 심리학과)씨, 자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관이 되고자 이번 2월 사법고시를 본 김영관 씨(서강대 법학과 재학), 심리전문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하태우 씨(서울대 심리학과 재학) 등의 가족들은 벅찬 감동을 느꼈다.
미래의 CEO로서의 꿈을 곧 펼칠 졸업예정자인 배선우 씨와 한정훈 씨(아주대 경영학과). 이미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진석 씨(서강대 컴퓨터공학과 졸)와 모교 연구소에서 장애우를 위한 컴퓨터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신형진 씨(연세대 컴퓨터공학과 졸) 등 모두 이날 빛나는 주인공이었다.
이들이 오늘 이 자리에 서기 까지는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소장인 강성웅 교수(재활의학과)의 '호흡재활치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2000년 국내최초로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근위축증, 중증 척수손상 환자들을 위한 호흡재활치료를 도입한 강성웅 교수는 이들 환자들이 호흡근육 약화로 커다란 인공호흡기에만 의지해 숨을 쉬며 생명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게 했다. 강 교수는 "인공호흡기 없이는 생명 유지가 힘든 이들 환자들에게 호흡재활치료를 통해 자가 호흡이 가능해져 외출을 하고,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갖는 것에 동료 의사들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면서 ""환자 본인의 굳은 투병의자와 헌신적인 가족들의 사랑이 기적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적은 신형진 씨가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 행사 순서에서 압축돼 표현됐다.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는 몸이기에 눈동자로 반응하는 안구 마우스를 이용, 자신의 말을 컴퓨터 음성을 표현한 신 씨는 강성웅 교수를 만나 호흡재활치료를 받음으로써 지난 해 2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으로서 첫 월급을 부모님께 드리는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성웅 교수는 "아직도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을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의 병으로 여기는 사회적인 편견과 무관심의 벽이 너무 높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 온 열 두 명의 환자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자들이 호흡재활치료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사회의 부담이 아닌 사회의 한 구성으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