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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대선 앞둔 한국 보건의료 지축 '흔들'
건강보험 재정통합 위헌소송 선고 임박…매머드급 후폭풍 예고
[ 2012년 02월 21일 06시 37분 ]

 

[초점 上]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가 또 한 차례 정계의 화두로 부상 중이다. ‘보편적 복지’는 모든 국가가 지향해야 할 덕목임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복지=돈’이라는 공식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국책사업이 재정을 근간으로 이뤄지지만 그 중 ‘의료’ 분야에서의 돈은 그 의미를 더한다. 전국민 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렇다. 건강보험 재정에 따라 환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큰 격차를 보인다. 지난 2000년 정부는 적어도 의료에서의 ‘보편적 복지’를 기치로 내걸며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단행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뉜 건보체계를 하나로 묶는 과감한 결단이었다. 부르주아인 직장조합과 프롤레타리아인 지역조합을 합쳐 보편적 의료복지를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12년. 헌법재판소에는 이와 관련한 위헌소송이 진행중이다. 이 소송은 건보재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보건의료 지축을 흔들 매머드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십 수년째 저수가에 신음하고 있는 의료계에게도 이번 소송의 의미는 남다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대한 위헌소송.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 이 소송의 의미와 파장을 진단한다.[편집자주]

 

 

사건은 바야흐로 2000년 7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양분돼 있던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을 통합시키기로 결정했다.

 

건강보험을 조합으로 분산, 관리하다 보니 부자조합과 가난한 조합으로 나뉘어 국민들 간에 위화감이 생기고 사회연대가 안되는 만큼 두 조합의 재정을 통합하자는 취지였다.

 

워낙 파격적인 결정이었고, 그에 따른 파장과 우려가 컸던 만큼 시행까지는 ‘3년’이란 시간이 소요, 2003년 7월 1일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의 재정은 전격 통합됐다.

 

당시 정부는 두 조합의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재정통합이 이뤄진 후 정부가 주장했던 논거는 의미를 잃어갔고 오히려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는 한편 직역 간의 형평성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을 통합하면서 보험료 부과 잣대를 달리했기 때문으로, 가입자 간 유·불리 문제가 끊임 없이 제기됐다.

 

실제 보험료 부과 및 징수와 관련된 민원은 1년에 5000만 건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민이 1년에 한번 꼴로 민원을 제기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국민이 부담한 보험료 총액은 2000년 7조2287억원에서 2007년 21조7863억원으로, 3.1배 늘어났다.

직역별 부담의 형평성은 더욱 심각했다. 직장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는 2000년 4만3258원에서 2007년 11만8262원으로 173% 인상된데 반해 지역가입자의 경우 3만1768원에서 5만5454원으로 75% 오르는데 그쳤다.

 

목적은 공감, 방법은 반감

 

이러한 문제가 심화되자 2009년 6월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55명을 대리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경만호 회장은 “협의적으로는 직장가입자들의 불평등한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이, 광의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틀 개편이 목적”이라고 헌법소원 취지를 설명했다.

 

청구인들은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의 재정통합을 부인하기 보다 두 가입자 간 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즉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산정, 소득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보다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보험 성격의 국민건강보험에 있어 당연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마땅히 내야 할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이로 인해 보험료 부담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직장가입자의 경우 고용주가 신고한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만큼 그 절차가 간명하고 명확한데 반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기준은 두루뭉술하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의 등급에 따라 보험료부과점수를 부여하는 등 그 계산과정이 복잡함은 물론 기준 자체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구인측 변호를 맡은 서연합동법률사무소 장성규 변호사는 “추정소득이 아니라 실소득을 파악한 후 그에 따른 보험료를 산정해야 평등한 부과체계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현재에도 보험료 부담의 평등이 실현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이 불평등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번 헌법소원은 표면적으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불평등한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의료계가 꼭 주목해야 할 핵심들이 숨어 있다.

 

이번 소송에서 위헌 판결이 날 경우 그 동안 의료계가 울분을 토했던 저수가, 통제일변도식 의료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으로 확보되는 건보재정이 늘어나면 저수가의 악몽을 깰 수 있는 여력과 명분이 생긴다.

 

정부가 매년 수가협상에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과 열악한 건보재정을 이유로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강요했지만 위헌 판결이 나면 판세는 바뀔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명확한 기준으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가 이뤄질 경우 건보재정 확보에 여유가 생기고 이는 저수가 정책을 탈피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공공성 강화’라는 변수를 배제한 상황에서 말이다.

 

다음으로 의료계의 숨통을 조이는 기구로 인식되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 앞서 진행됐던 유사한 위헌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직장 및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재정위원회의 역할을 전제로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건보재정 통합 이후 재정위원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명칭이 바뀌어 버렸다. 역할 변화 역시 두말할 나위가 없다. 즉 헌재가 전제로 내건 재정위원회는 종적을 감춘 상태다.

 

경만호 회장 역시 이러한 점을 주목했다. 경 회장은 “건정심은 보험자인 공단에 설치된 피보험자의 대의기관으로서 피보험자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라 가입자의 부담을 결정하는 의결기구가 아닌 만큼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피력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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