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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5일 0시를 기준으로 한-미 FTA가 발효된다. 그간 수많은 분석 보고서를 통해 FTA 피해 분야로 분류됐던 의료기기 산업계는 미국 기업들과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의료기기 산업 관련 전망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좋지 못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미국 제품들이 한국 시장에서 수출 증대 기회를 많이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산업계는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와 소득증대에 따른 한국 시장 확대를 긍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2010년 기준 미국은 9억4300만 달러를 한국으로 수출했다. 반면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3억400만 달러 수준이다. 그나마 수출 상위권을 차지한 제품 중 대다수는 주사기, 진공채혈기, 콘텍트렌즈 등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그간 미국산 의료기기는 평균 5.1%의 관세를 적용 받아 왔지만 FTA발효로 전체 품목의 61.2%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이후 CT(컴퓨터 단층촬영기) 3년, 환자감시자치 5년, 심전계, MRI, 초음파영상진단기 10년 등 품목별로 10년에 걸쳐 관세 장벽이 완전히 사라진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의료기기의 83.6%에 대한 관세도 발효 즉시 철폐된다. 또, 5년 내에 나머지 관세도 사라진다. FTA 발효 전 국산 의료기기는 평균 0.6%의 관세를 적용받아 왔다. 전문가들은 과세 철폐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관세 철폐는 한국 의료기기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취약한 제품 경쟁력과 기술 장벽(TBT)과 같은 비관세 장벽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제조사들은 미국과의 무역 역조 현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수입의료기기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산 기기 수입이 촉진되면 국산 의료기기 점유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미하다. 의료기기 산업을 피해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나 대책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정부는 오히려 급증하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수가인하 정책을 펴기 급급하다. 정부는 산업 육성과 역행하는 일방적 가격인하 정책으로 업체와 마찰을 빚고 있으며 업체들 역시 FTA발효에 대비한 경쟁력 향상책 마련보다는 수익 감소, 개발의욕 저하 등으로 구조조정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 추진하겠다던 R&D 지원 역시 급감하고 있다. 의료기기 관련 정부지원 R&D 비용은 2008년 753억 원에서 2009년 748억 원, 2010년 438억 원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단일 보험체계에서 시행되는 국내 급여정책에 대한 미국 업체들의 불만과 이에 따른 미국 정부의 제도개선 요구도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과 미국은 의약품, 의료기기 분야 정책 투명화를 위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위원회’를 설치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의료기기 분야가 한-미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내외로 적기 때문에 FTA 발효에 따른 영향이 당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 미국에 이어 한-중 FTA 협상을 위한 테이블 마련이 한창인 것으로 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유렵과 미국의 기술력,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의료기기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산업이 어려움에 빠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