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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속칭 ‘의료분쟁조정법’)의 시행일이 이달 8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의사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의료기관에 금전적 책임을 전가하도록 한 위 법 제46조의 존폐 여부에 관해 아직 의료계와 정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는 국가가 70%, 의료계가 30%의 비율로 보상금 재원을 마련하자는 안을 내놓았으나 이 사안은 단순히 보상금 재원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본질이 아니다.
정부가 보상금 재원을 의료계에 분담시키는 것의 법적 성격을 따지자면 ‘특별부담금’에 가까울 것이다. 국가가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세금을 걷는 것이고 다른 방법 중 하나가 법률에 규정을 둔 특별부담금을 걷는 것이다.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고 이 세금은 모든 국민을 위하여 쓰인다. 그러나 특별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을 위해 경비가 필요한 경우 특정 집단에게만 걷는 것이므로 세금과는 구분된다.
정부가 보상금 재원을 의료계에 분담시키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 거두는 세금도 아니고 특별 범위의 대상자들에게 특별한 정책목적 실현을 위하여 금전을 거둬들이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
재산권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 규정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박탈할 수 없다. 게다가 특별부담금은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거둬들이는 금전이므로 세금보다도 더욱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만 부과가 가능하다.
그리고 특별부담금의 징수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부담금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경제적, 사회적 과제와 특별히 밀접한 사안에 관해 그러한 과제의 수행에 책임이 인정되는 집단에 대하여 부과돼야 한다.
특별부담금에 대해 위헌 시비가 계속하여 존재하자, 그러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특별부담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근거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규정했고, 동 법 제3조는 별표에서 명시하는 외에는 특별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제6조에서는 부담금을 신설하는 경우 각종 심사 요건 및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행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중 사고까지도 보상하기로 규정한 입법취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하여 산모가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조성 등 출산 친화적 사회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하고 마땅히 그에 대한 해결책이 도입돼야 한다. 그러나 과연 아기를 낳지 않는 원인이 출산 중에 있을 사고가 염려돼서일까? 게다가 분만과정에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보상금을 지급하고, 그 보상금 중 일부를 보건의료기기관 개설자들에게 분담시키는 것은 과연 저출산 극복이라는 사회적 과제와 연관이 있는 집단에 분담시키는 것일까?
저출산 경향이 지속되고,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하여는 분만을 담당하는 병원이 더욱 산모와 태아의 관리에 힘써서 해결할 문제이다. 그리고 의료기관에 과실이 있다면 마땅히 밝혀서 정당한 배상을 구해야 할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기관과 환자와의 분쟁을 공정하게 조정하기 위해 도입되는 법률이다.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관해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국가가 보상해 주는 정책은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보상금의 기금 마련을 위해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안전한 출산에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의료기관에게까지 부담금을 부과한다면 국가의 책임의 일부를 의료기관에게 돌려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