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와 정신과 개원의 70명간 소송으로 주목받았던 ‘낙인’ 발언 판결이 지난 4일 나온 가운데 재판부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가 담긴 판결문이 공개됐다.
소송을 제기한 정신과 개원의 70명은 김종성 교수 발언 및 언론보도의 피해자가 아니며 김 교수의 발언 취지가 정신과 의사들이 주장하는 바와 다르다는 것이 판결문의 주 내용이다.
쟁점이 됐던 ‘사회적 낙인’ 부분을 허위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4부는 지난 4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진료업무 방해 소송 선고에서 원고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 성립의 전제 ▲원고들의 피해자 해당 여부 ▲구체적 피해발생 여부 등에 대한 판단 근거를 밝혔다.
"원고들 피해자 아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전제가 되는 쟁점으로 소송 제기 의사들이 김종성 교수의 발언과 언론 보도의 피해자인지를 먼저 살폈다.
피해자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된 것은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 성립 조건. 재판부는 "정신과 의사들은 약을 많이 쓴다" 등의 발언으로 정신과 의사들 개개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려면 정신과 의사 구성원 수가 극히 적어 집단 내 모든 구성원을 지칭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집단에서 개인으로 비난이 확산되는 동안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서는 안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런 전제 하에 ▲2008년 기준 정신과 전문의가 2349명에 달하며 ‘정신과 의사들’에는 정신과 수련의도 포함돼 구성원 수가 많다는 점 ▲김종성 교수가 정신과와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모두 포함하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어 집단의 경계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 ▲원고들이 모두 김종성 교수가 발표하는 공청회에 참석했다고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원고들 각자가 피해자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더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판시해 의사들의 주장 전체를 부정했다.
재판부, 구체적 예 들어가며 정신과 의사들 주장 배척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불성립 사유를 설명했다.
김종성 교수가 “(신경과 환자들이) 정신과로 가면서 ‘나는 미쳤나?’라는 마음을 가지면서…더 괴로워 집니다. 환자 자신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정신과 의사들의 주장과 달리 “김 교수가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다’라고 단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런 취지로 발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발언이 ‘정신과는 미친 사람만 가는 곳이다’라는 취지라 하더라도 정신과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 장애자에 대한 진단, 치료를 하는 의학’이므로 발언이 허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정신과 의사들은 약을 많이 쓴다”는 발언에서 ‘많이’라는 표현이 상대적이고 주관적 의견표명에 불과하고, ‘사회적 낙인’이라는 발언으로 진료업무를 방해 받았는지 여부도 불분명 하므로 명예훼손, 업무방해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회적 낙인’ 발언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정신과에 가면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기록이 남고…취업이나 보험 가입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 보존할 의무가 있고 ▲일부 보험사들이 실제로 정신질환 병력자들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일부의 경우 국가자격증 취득 및 국가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