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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침묵이었다. 지난달 27일 당선 3일 만에 제37대 노환규 당선자의 '회원권리정지'라는 징계조치가 알려지면서 의협 박호진 윤리위원장은 '이상한' 대응을 했다. 최측근을 제외하고는 연락 가능한 수단을 일절 끊어 오히려 의혹을 키웠고 그 사이 그를 향한 공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서웠다. 그런데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가족 사진이 한 의사 포털사이트에 순식간에 나돌았고 그의 병원 직원들은 한동안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긴 침묵·지친 심신, 연락 끊었던 이유는…"
대한의사협회 현 박호진 윤리위원회 위원장[사진]이 입을 열었다. 기자들의 거듭된 설득이 있었지만 수차례 접촉 불발이었다. 사건이 불거진지 20여일이 흐른 18일, 그의 근무지 인근 충북 오송을 찾은 후에야 침묵했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어렵게 만난 자리에서 박호진 위원장은 "다 알고 있다. 왜 도망가냐, 왜 숨느냐는 말들이 빗발쳤다. 징계 수준을 낮추라는 이야기도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분명히 말하겠지만 의도적으로 침묵한 것이 아니다. 최종적으로 징계결정문이 공식 송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징계 수준을 완화하라는 등의 요구에 답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그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청문회 이후 장장 2시간에 걸쳐 윤리위 내부 회의가 진행됐다. 심의를 이토록 오래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후 징계조치 결정은 확정됐다. 그러나 그 시점(3월 5일)은 의협 회장 후보 등록 이전이었다. 구두로라도 왜 언급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규정에 따르면 절대로 발설할 수 없다. 출마 선언을 했을 뿐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은 물론 선관위에도 미리 알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징계 수준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의협 대의원총회는 모든 사항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구다. 때문에 총회를 방해한 부분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며 윤리위로서는 의협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현 회장 폭행과 더불어 중대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 집행부와의 연계설, 음모론에 대해서는 그는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잘라 말하며 "윤리위원이 정치적인 공명심을 가지면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되겠냐. 위임을 받은 자리를 마치 무기인 것처럼 행사를 하고 다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박 위원장은 "윤리위원은 법관에 비한다면 이에 준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된다는 점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전화 받어. 찾아가서 개박살을 내버릴 거야…"
그가 침묵하는 동안 모든 업무 마비는 물론, 주변 환경 자체가 일순간 변해버렸다.
끝이 아니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음성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아내 사진과 개인 연락처가 포탈사이트에 순식간에 퍼졌고 밤낮 할 것 없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들이 담긴 전화 음성메시지, 문자메시지가 날라들었다"고 했다.
박호진 위원장은 "처음에는 불안해 할까봐 집에는 알리지 않았다"면서 "긴장의 연속이었고 병원 여직원들에게도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욕이 들려왔을 뿐만 아니라 보건소 2번, 세무서 2번, 구청 1번, 시청 1번 등 기획집단민원이 빗발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명예훼손 등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나는 개인 자격으로 가족과 직원들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지 않겠나. 본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물론 가족들의 사진까지 올려놓고 난도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분개했다.
박호진 위원장은 "지금 60% 가량 법적 대응키로 마음이 기울어 있다. 처음에는 벌금형 정도인데 효과가 있겠나라는 생각했지만 결정적으로 가족에 대한 무차별 비난과 공격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이대로는 넘길 수 없다"며 "물러나는 마당에 이 일을 들춰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게 사실이라며 변호사와 심각하게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환규 당선자, 지도자 길 들어선 만큼 정공법 썼어야"
"지난주 징계결정문 수령이 지연되면서 결국 공시송달로 진행이 될 것으로 예상,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어차피 당선된 분이고. 무지하게 고민을 했다. 윤리위원장은 정관과 규정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징계결정문 송달 과정에서 노환규 당선자에게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경만호 회장, 박희두 의장, 노환규 당선자 등이 전격 합의, 극한 대치 상태를 종료하고 합의한 것이 알려졌는데 그 중 하나가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다면 결과도 중요하지만 윤리위의 징계 결정 과정도 존중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윤리위원장인 본인은 아직까지 징계결정문 수령에 관한 송달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당선이 됐다면 이 사건을 빨리 매듭을 져야 한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재빨리 결정을 하고 행동을 했어야 했다"면서 "윤리위원장직을 떠나서 의사 선배로서 충고한다면 이미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때문에 정공법으로 나와야 되는 것이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징계결정문을 수령해서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경 회장과 합의를 이뤘고 윤리위원들에 본인의 진정성을 피력하는 것이 맞지 않았겠나"라면서 "그리고 난 후 본인의 생각과 진심을 전달하고 10만 의사를 대표에서 봉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만큼 선처해달라고 호소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