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수입차 판매 시장에서 의사 직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꽤나 컸다. 의사와 변호사 등으로 대표되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나 여전히 의사들은 외제차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서 의사들의 취향과 성격을 온전히 지켜본 이들, 그 가운데 김해 포르쉐 공식 딜러[사진]를 데일리메디가 만나봤다.
현재 포르쉐에서 일하고 있으나 BMW 등을 거친 김해 딜러는 진료 과에 상관없이 많은 의사들을 고객으로 맞아왔다. 딜러가 바라본 의사들의 이미지는 이랬다.
그는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고객으로 만나온 의사들은 깐깐함 그 자체”라면서 “변호사 등 다른 직업 종사자에 비해 약속 잡기도 어렵고 차량에 대한 피드백이 상당히 꼼꼼하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내가 만난 의사들
개원의사, 대형병원 봉직의사, 의과대학생 등 예비 의사까지 두루 만나본 그이다보니 기억에 남는 의사 고객들도 많다.
김해 딜러는 “한 재활의학과 의사 고객의 경우 6개월에서 1년에 한번 씩 차량 교체를 했다”면서 “워낙에 스노우ㆍ웨이크보드 등 레저를 좋아해서 그런지 장비 탑재를 중요시 여긴 고객”이라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은색, 검정색, 흰색 등 무난한 색을 많은 운전자들의 선호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마니아 성향을 지닌 의사들도 더러 있다는 전언이다.
그는 “나이 지긋한 의사들의 경우 대형 세단, 색상도 은색 및 검정색을 많이 원한다”면서도 “한 정신과 의사는 딜러가 타고 다닌 튜닝이 많이 된 스포츠카를 사기도 하고, 차의 성능적인 부분과 더불어 감성적인 곳까지 예민하게 신경 쓰는 의사들도 이따금씩 만난다”고 전했다.
차는 개인적 취향과도 밀접한 만큼 원하는 외제차종이 있더라도 병원 내 관계 문제로 섣불리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산차와 수입차에 대한 시선과 편견 등도 의사들의 차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김해 딜러는 “한번은 외제차종에 대해 여러 번 문의를 해왔던 의사가 있었다. 이리 저리 알아보기도 했으나 망설이다 결국엔 구입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과장님이 그랜저를 모시는데 제가 외제차 타기가 좀 그렀다며 더 고민 후 결정 하겠다’고 말하더라”면서 “일부 의사들은 병원 내 관계 문제로 망설이기도 하는 것 같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의사 상대 영업 전략 ‘진료 받거나 추천 받거나’
이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영업사원들의 숙명인 만큼 그만의 의사 상대 영업 전략도 귀띔해줬다.
그는 “어떤 때는 무작정 진료 예약을 잡는다. 감기가 유행하거나 황사가 올 때쯤이면 어김없이 병원을 예약하고 진료를 받는다”면서 “진료가 끝난 후 직업을 얘기하고 명함 한 장을 전한다. 그 자리에서 바로 관심 있어 하는 분들도 있고 나중에 전화로 연락해 오는 의사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 상대 영업에서 큰 타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동료 의사 추천을 꼽았다. 멘땅에 헤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지만 그동안 쌓아둔 인맥을 활용, 소개를 통한 만남이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의과대학 동문 골프대회나 학회 학술대회 등도 주요 영업ㆍ홍보 장소다.
그는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바로 동료의사들이 추천해 줬을 때”라면서 “소개로 만난 의사들은 대부분 더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차를 구입한다. 한 번 맺은 인연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황금시대 지났다지만 “여전히 큰 고객”
하지만 의사 황금시대로 비쳐줬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에 들어서는 의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외제차 구입 추세가 일반 근로소득자 등으로 확대됐고 달라진 의료 환경 역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는 “판매량 측면에서 봤을 땐 큰 변동이 없을지 모르지만 비율로 봤을 땐 줄어들었다”면서 “차량을 리스로 구입할 경우 금융심사를 위해 소득 현황을 토대로 여러 가지 자료를 검토하다보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사들이 있었다. 개인별 차이가 있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풍경”이라고 기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수입차 시장에서 여전히 주요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만 그가 의사들에게 유독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명분이기도 하다.
김해 딜러는 “수입차 판매 시장이 많이 커졌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면서 “과거와는 달라졌다고는 하나 의사들은 여전히 주요 고객이다. 외제차를 구입하는데도 개원의사라면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리스로 구매 시 비용 절감 등의 장점이 있다. 앞으로도 많은 의사들과 만나면서 좋은 인연을 맺어나가고 싶다”고 끝을 맺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