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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탈퇴했다.
건정심은 요양급여의 기준과 비용 등 건강보험 제도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다. 표면적 탈퇴 사유는, 보건복지부가 7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포괄수가제(DRG)의 도입 반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의 정책 시행에 맞서는 이익단체의 밥그릇 챙기기 강공 전략에 불과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괄수가제 앞두고 의협·정부 갈등 심화…국민 혼란 가중"
의협이 문제 삼는 것은 건정심의 ‘인적 구성’ 비율이다. 건정심은 의료 공급자, 소비자, 공익위원 3자로 구성된다.
그런데 소비자와 공익위원 측은 의료 비용을 감축하려는 입장이 같으므로, 결국 공급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불공평한 결론이 도출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부는 건정심의 의결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려는 정책의 명분을 만들고 심의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측은 억울하지만 결과에 승복해야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번 ‘포괄수가제’ 도입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건정심을 통해 전 집행부에서 결정된 사항을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의협에게 받아들이라하니 가뜩이나 심의 구조에 불만을 품고 있는데 반발할만하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실제 탈퇴 선언에 앞선 3일 전, 정부가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을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은 물론, 건정심에서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건정심 탈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의료비 절감을 위해 도입하는 포괄수가제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지, 저하시킬지는 모르는 일이다. 의료 비용에 거품이 있다는 정부의 입장과, 돈에 맞춰 의료의 질을 하향평준화 시킬 것이라는 의사들의 주장은 각각 일리가 있다.
명확한 정답을 찾기 어려운 시점이라면, 타협과 설득을 통한 도입과, 보완을 통한 수행이 병행돼야 안착시킬 수 있다. 그 과정은 무척이나 지난하고 번거롭다.
복지부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복지부는 DRG시행과 함께 의료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대책도 동시에 시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DRG 적용환자의 의료서비스 질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규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임상진료지침 및 병원내 임상경로 등의 개발과 교육·보급·확대 등 질 향상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하기로 했고, 의료서비스의 성과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성과지불제(P4P)’의 적용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다.
반면 의협은 시행 후 보완이 아닌, ‘선 대책 마련 후 시행’을 주장한다. 협의를 이끌어낼 의지만 있다면 어느 것이 먼저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원만한 해결점을 도출해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타협과 조정보다는 새 집행부와 기 싸움을 벌일 양산이다. 의협은 의약분업 사태 이후 12년 만의 파업 가능성까지 얘기하는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거부에 해당하는 의료법 위반이라며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한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포괄수가제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파업’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불안감만 크다.
정부가 이익단체를 상대로 충돌하는 모습에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은 기 싸움을 통한 단체 길들이기가 아니라 협의와 대책 마련을 통한 조정과 해결이다.
포괄수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협의 입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용 부풀리기와 불필요한 검사 남발을 통한 부정을 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부당 진료는 과감히 배격해야 자신의 주장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의사들만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닌 환자들도 동의할 수 있는 개선책을 먼저 제안해보는 것은 어떨까. 충돌이 파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일보한 개선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