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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에서 17년간 몸담으며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성익제 전 사무총장.[사진] 퇴임 후 편한 자리에서 예우를 받으며 인생 2막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간 곳은 총성이 오가는 전장터 아프가니스탄이었다.
성 전 총장은 지난 2010년 6월 퇴임 후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7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보건의료자문관 자격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훌쩍 떠났다. 1년간의 자문활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ODA 전문가 자격으로 지난 6월3일 아프리카 르완다로 향했다.
공적개발원조(ODA)는 개발도상국 등에 선진국이 무상으로 경제개발 및 복지를 증진시키는 사업이다. 국가 대 국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제 위상 제고 및 대상 국가와의 우호협력 증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번 파견은 아프리카에 한국 의료 위상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병원이나 보건소 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식 의료체계를 전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의미가 크다.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식견 활용"
그렇다면 성익제 전 총장이 르완다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보건전문가 부재 때문이다. 이전에도 르완다에는 KOICA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행정직이 대부분이어서 르완다 보건청의 요청이 오더라도 어떤 것이 중요하고 시급한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미국(USAID), 일본(JAICA), 독일(GIZ) 등 타국이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배치하고 상황에 맞는 지원을 하는데 반해 한국은 병원과 보건소 등 하드웨어적인 기본 시설만을 지원했다.
이는 비효율적인 자원 사용을 낳았지만 각 개발도상국마다 보건의료 전문가를 배치할 수 없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사전 탐색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KOICA는 성익제 전 총장은 단순히 국내 의료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 뿐 아니라 특히 병원계를 총괄하는 병원협회에서 대내외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지난 1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보건의료자문관으로 지내며 현장경험도 쌓았기 때문에 적격이란 평가를 내렸다.
성 전 사무총장은 6월부터 8월까지 르완다의 보건의료 현황을 파악해 어떤 보건정책이 필요할지 보고서를 작성하며 KOICA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성익제 전 사무총장은 “각 분야 전문가가 파견돼 직접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진행할 수 있는 타국과 달리 한국은 행정직 뿐이라 보여지는 것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인원 부족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자료 없어 난관…타국 대비 양호한 치안·청렴도 장점"
르완다는 국내에 생소한 국가로 보건의료에 관한 기존 자료가 없어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르완다는 지난 1994년 내전으로 수십만 명이 사망한 곳으로 현재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국가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KOICA에서는 르완다 뿐 아니라 가나, 에디오피아, 콩고 등에도 보건의료전문가 5명이 파견된다. 이들도 성 전 총장과 같이 의료지원산업, 봉사활동 등에서 경험을 쌓은 보건의료전문가들로 대부분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이들에게는 기존 자료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 급작스럽게 파견이 이뤄진 점도 난관이다. 본래 파견은 올해 초에 예정돼 있었지만 KOICA 내부 문제 등으로 늦춰졌다.
성 전 총장은 "6월 초에 갑자기 가게 될 줄은 몰랐다"며 “타국과 달리 자료가 없지만 기일을 맞추려면 밤을 새워서라도 맡은 바를 해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방탄복은 물론이고 장갑차로 이동해야 했던 아프가니스탄보다는 치안이 좋고 타 국가들보다 청렴하다는 점은 장점”이라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