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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소아과학 교과서를 펴낸 서울의대 홍창의 前 교수, 유행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 학술원 前 원장, 대한민국 의료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미네소타 프로젝트 출신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원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가 미네소타대학에 의뢰해 시작된 교육 지원 사업이었다. 한국전쟁 후 어수선한 시점이라 국내 의학 교육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때문에 국내 의학 발전의 큰 계기로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꼽는데 이견을 제기하는 의학자들은 없다. 그로부터 60년 후. 심장수술을 엄두도 못내던 대한민국 의료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나아가 의료 원조의 수혜국에서 시혜국으로 의학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한국보건의료재단(Korea Foundation for International Healthcare, 이하 KOFIH)이 자리하고 있다. 창립 6주년을 맞은 KOFIH의 2대 총장으로 소임을 다하고 떠나는 한광수 총재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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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를 뜻하는 이 단어가 최근 대한민국 의학계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엄두를 못냈던 개발도상국 원조가 우리나라에서 회자되는데는 국력 신장은 물론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기인한다.
6년 전에는 보건복지부가 공적개발원조를 전담할 KOFIH를 설립,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원조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렸다. 의료 시혜국으로의 첫걸음이었다.
물론 KOFIH는 출범 당시 19억8300만원의 예산으로 시작했다. 빈민국의 공적개발원조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KOFIH가 국제보건의료 지원 전문기관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면서 예산 규모도 160억원으로 늘어났다. KOFIH의 활동 영역도 넓어졌고, 보다 다양한 사업도 가능해졌다.
KOFIH의 이러한 비약적 성장에는 현 한광수 총재의 공이 컸다. 무엇보다 첫 의사 출신 총재답게 의료계에 KOFIH를 널리 알렸다.
보건의료 지원 전문기관인 만큼 의사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의사 출신 총재의 역할은 충분하고도 남음이었다.
한광수 총재는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KOFIH를 알리는데 힘썼다. 재임기간 동안 원조가 필요한 곳이면 세계 오지도 마다하지 않은 그였다.
지난 달에는 라오스 출장에서 돌아오는 항공기 안에서 응급환자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워낙 출장이 잦다 보니 영화나 언론지상에서만 접했던 상황을 직접 겪게 된 셈이다.
한광수 총재는 “안으로는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KOFIH의 존재감을 부각시킴으로써 의미있는 일에 참여를 독려했고 밖으로는 의료시혜가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다녔던 3년”이라고 회고했다.
KOFIH와 故 이종욱 박사
KOFIH의 북극성은 단연 한국이 낳은 세계 보건대통령 故 이종욱 박사였다. 한 총재는 지난 3년 동안 유독 ‘이종욱’이란 이름 석자에 집착했다. 작고한 이후에도 한국 의료 원조의 상징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종욱 박사가 KOFIH의 지향점이란 판단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 한광수 총재는 재임기간 동안 ‘이종욱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종욱 프로젝트는 1950년대 중반에 진행됐던 '미네소타 프로젝트’에 착안해 마련한 의료시혜 프로그램으로,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의료지식 및 기술을 나눠주기 위해 추진됐다. 물론 프로젝트 명칭은 이종욱 박사의 이름을 빌었다.
한광수 총재는 전세계 보건의료인들이 이종욱 박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도록 하는 사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KOFIH는 WHO가 제정한 ‘이종욱 공공보건기념상’을 후원하고 있다. 이 상은 WHO가 수여하는 상 중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책정돼 있을 정도로 절대적 권위를 자랑한다. 상금은 10만 달러다.
한광수 총재는 “전세계 보건학자들이 이 상을 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종욱 기념상이 KOFIH와 한국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총재의 이종욱 박사 기리기는 출판 사업에도 투영됐다. 지난 달 KOFIH는 WHO와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해 이종욱 박사의 전기를 출판했다. WHO가 역대 사무총장에 관한 전기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이종욱 박사 서거 5주기를 맞아 ‘KOFIH 아동문고’ 시리즈 첫 권으로 ‘세계를 품은 의사 이종욱’을 단행본으로 펴내기도 했다.
의료시혜, 시공(時空)을 초월하라
한광수 총재는 퇴임을 앞두고 ‘베품에 아직 배고프다’고 했다. KOFIH를 이끌면서 의료시혜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세계에는 아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산적해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KOFIH 총재 퇴임 후에도 각종 ODA에 참여하거나 봉사 활동에 나서며 베품의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광수 총재는 특히 시공(時空)을 초월한 의료시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은퇴 의사나 일선 민간병원들의 적극적인 ODA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의료계에서 보통 65세가 정년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건강에 자신있다면 은퇴 후에도 어려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습득한 경험 및 기술을 토대로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길이라는 견해다.
또한 민간병원의 국경을 넘은 봉사활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물론 일선 의료기관들이 외국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이 현황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재임기간 KOFIH에서 신고를 받아 우리나라의 국제보건의료사업 통계 산출을 추진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광수 총재는 “ODA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며 “한국이 단순히 '잘사는 나라'를 넘어 '존경받는 나라'가 되려면 지구촌 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한편 외과 전문의인 한광수 총재는 196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장기 복무한 뒤 1986년부터 서울에서 용현의원을 개원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서울시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 회장 직무대행 등을 지냈다. 2009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제2대 총재에 임명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11일 퇴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