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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계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이 있었다. 올해 2월 ‘인턴제 폐지 및 수련제도 개편안’의 연기와 현재 화두인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과 같은 굵직굵직한 의료 현안들이 언급되었으며,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 건의 경우에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시행에서 항상 언급되는 것은 시행과 보완의 선후 관계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을 보는 듯하다. 정부 측에서는 선시행 후보완을, 의료계에서는 선보완 후시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선시행 후보완의 경우 정책의 큰 틀을 확립한 상황에서 세부 시행 방안을 정하는 방식으로, 정책 시행이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선보완 후시행의 경우 정책의 큰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여러 집단의 다양한 의사가 반영됨으로써 다수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정책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시행 후보완, 선보완 후시행 모두 각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료 현안에 있어서는 정부는 선시행 후보완이라는 입장을, 의료계는 선보완 후시행의 입장을 항상 견지하고 있으며, 양 자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안에 따라 집단의 입장은 항상 바뀔 수 있는데, 의료 현안에 있어서 의료계는 왜 선보완 후시행의 기조를 지켜나갈까? 크게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우선, 의료 현안을 둘러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과 관련한 논란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이하 건정심)를 탈퇴했다.
건정심은 총 24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로, 이 중 의료계는 3인을 차지하고 있다. 건정심에서의 의사 결정이 다수결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의료계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으로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데, 정책의 시행 후 보완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
두 번째로, 선시행 후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의약 분업은 선시행 후보완이라는 형태로 진행된 정책이었다. 대한민국 건국 역사상 최초로 의사 집단이 파업을 했을 정도로, 의료계는 강력한 의사 표시를 했으나, 정부는 선시행 후보완이라는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 결과는 어떠했던가?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의약 분업의 시행에 찬성했던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들도 모두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이 그 실패를 인정했음에도, 의약 분업에 대한 어떠한 수준의 후보완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민 의료 체계를 구성하는 양 축으로서 의료계와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현재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의료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의료 현안의 논의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해야 하며, 정부는 현안의 시행 후 보완 과정을 실제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양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합의를 이끌어 갈 수 있을 때, 전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국민 의료 체계는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