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의료장비를 구입한 후 사용하지도 않고 창고에 무더기로 쌓아두는 등 서울시 산하 7개 시립병원들의 의료장비 구매 행정에 총체적 부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특정업체를 통해 수백억 원의 의료기기를 구매하는가 하면 외부 제3자가 낙찰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기옥 의원(민주통합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장비 구매실태 특정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한 후, 사용하지도 않고 창고에 방치한 곳은 서남병원 165점(6억2431만3000원), 서북병원 2점(4730만원), 은평병원 1점(660만원), 북부병원 11점(9165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특정업체와 구매대행계약 체결, 198억 몰아줘"
보라매병원과 서남병원은 ‘지방계약법’ 규정에 어긋나는 특정업체와 의료장비 구매대행계약을 체결, 198억원의 의료장비를 사들였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로부터 교부받은 민간대행 사업비로 병원 장비를 위탁 구매할 때에는 계약법령에서 규정한 전문기관 등에 위탁 구매해야 하나 이들 병원은 지정기관이 아닌 E주식회사와 계약을 체결, 의료장비를 구매했다.
더욱이 보라매병원은 시립병원의 임직원이 아닌 외부의 제3자가 낙찰 예정가격을 결정하도록 묵인,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낙찰 예정가격은 병원장 또는 위임을 받은 병원 임직원이 직접 결정해야 하지만 E주식회사에 파견된 서울대병원 원무과 직원이 예정가격을 결정한 것이다.
김 의원은 “E주식회사의 주요 주주인 서울대병원 소속 원무과 직원이 서울대병원이 수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의 의료장비 구입예정 가격을 결정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부적정한 적격심사로 자격 없는 입찰업체를 낙찰하고(어린이·보라매병원), 물품 가격 조사를 하지 않아 비싸게 구매하거나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사례(어린이·동부병원) 등도 지적됐다.
김기옥 의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며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위탁병원 및 직영병원에 대한 엄격한 관리ㆍ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