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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차세대 분야로 보건의료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10년간 보건의료계열 대학에 우수한 학생이 몰렸다. 의과대학은 물론이고 임상병리학과 등 의료기사를 양성하는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준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보건의료산업의 핵심은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보건의료산업의 기초체력은 더욱 튼튼해졌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을 이을 핵심 산업은 보건의료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필자 역시 오랫동안 의료현장에서 일하며 이러한 변화를 생생하게 목격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의 경우 매년 배출되는 석․박사 우수 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사의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전문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진사회로 진입하려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호 협력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EU(유럽연합)의 최대 경제국으로 성장한 독일은 특정 직군이 권한과 사회적 부를 독점하지 않는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장려한다. 그런 사회 시스템이 경제강국 독일을 건설했다.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며,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한 세계 유일의 국가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일류국가로 발돋움하려면 보건의료산업이 더욱 성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료기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장려하고 정부가 정책적 도움을 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 임상병리사를 비롯한 의료기사 직종은 의사의 진료를 돕는 단순 기술직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3년제 대학 중심의 교과과정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 명문대학들이 앞다퉈 관련 학과를 개설했고, 석․박사 인력이 급증했다.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컨설팅, 기업체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젊은 의료기사들은 우수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세계 진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협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데도 법률적․행정적으로 보면 의료기사는 너무나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의료기사들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묶여 있다. 더욱이 일선 의료현장에서 환자 진료에 핵심적으로 관여함에도 의료인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특정 직군의 지도․감독을 받는 보조적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는 사회적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임상병리학과만 하더라도 전국에 43개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미국 임상병리사 자격(ASCPi)에 합격한 회원들도 적지 않다. 한국 의료기사들의 전문성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규제는 풀되, 합당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다. 명실상부한 제조강국이 되려면 부품산업이 뒷받침해야 한다. 보건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전문성 강화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의료기사 직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한다. 정책 결정권자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