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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0일이다. 취임 후 참 바쁘게 뛰었다. 현안은 쉼 없이 쏟아졌다. 각오는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여의도로 내달렸다. 병원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이해를 구했다. 정부와의 대화 채널도 풀가동했다. 적절한 공수의 조화였다. 이는 곧 성과로 이어졌다. 급한 불을 끄는 동안 출국도 잦았다. ‘대한민국 병원계 수장’이란 감투는 잠깐의 여유도 허락치 않았다. 국제화를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을 종횡무진했다. 향후 일정 역시 빼곡하다. 하루 25시간 병원계 및 대한민국 보건의료계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대한병원협회 김윤수 회장. 그의 바쁜 일상에 조심스레 노크를 했다.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김윤수 회장의 좌우명이다. 그 소신이 지금의 그를 존재하게 했다. 망팔(望八)의 나이에 식지않는 열정의 근원 역시 이 좌우명이다.
사실 김윤수 회장은 지난 1979년 개원, 소위 병원계 호시절을 보냈다. 병원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으면서 대외활동도 열심히였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라는 의료계 양대단체의 직역을 넘나드는 광폭 행보였다. 그의 왕성한 활동력은 수 십개에 달하는 수상 경력에도 잘 뭍어난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며 여유로운 노년을 설계할 시점에 고단한 길을 자청했다. 선택은 험난했다.
2년 전 대한병원협회 회장선거에 출마, 마포 입성을 노렸지만 ‘병원계 화합’이라는 대의(大義) 앞에 용퇴를 해야했다. 절치부심으로 보낸 2년의 세월. 그는 다시 도전했고 뜻을 이뤘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전국을 누볐다. 의약분업 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은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계기로 작용했고, 전국 병원장들은 그를 병원계 수장으로 추대했다.
김윤수 회장은 “죽을 각오로 뛰었다. 위기의 병원계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를 지탱해준 좌우명은 취임 이후 더욱 도드라졌다. 포괄수가, 영상장비 수가 재인하, 응급의료법 개정 등 현안이 쏟아졌고, 그 때마다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 영상장비 수가는 최소 인하폭을 이끌어냈고, 응급실 당직제는 ‘상주’ 대신 ‘On-Call’체제로 전환시켰다. 병원계로써는 고무적인 성과였다.
김 회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사즉생의 심정으로 모든 현안을 대할 것”이라며 “작금의 병원계 상황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고 말했다.
병원 부도·도산·폐업·파산 '노이로제'
근래에 김윤수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부도’다. 이와 유사한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심각한 경영난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병원들만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 그가 마지막 에너지를 불살리고자 마포에 입성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의약분업 개선 전국민 서명운동 독려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심각성을 체감했다. 심화되는 환자유출과 의료인력난으로 전전긍긍하는 지방 중소병원들의 고충은 상상이었다.
실제 대한민국 의료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2000여 중소병원들이 폐업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병원협회 내부자료에 따르면 2008년 17.1%였던 중소병원 폐업률은 최근 20%에 육박하고 있다. 10개 병원 중 2개 병원은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각종 언론에서도 '병원들, 빚 탕감 좌절감에 한숨‘, 동네병원 한 해 4000곳 빚쟁이, 2000곳 폐업' 등 의료시장 경기의 심각성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지속되어 온 경기침체 속에 의료기관들은 힘겨운 생존 경쟁을 이어가고 있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병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김윤수 회장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과 각종 규제로 인해 병원계는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며 “회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후약방문으로는 작금의 현실을 타개하기 어렵다”며 “정책 입안 과정부터 냉온전략을 적절히 구사, 회원병원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분열은 공멸-의협은 동반자
김 회장은 최근 의협과의 냉기류에 대해서도 솔직한 소견을 밝혔다. 그는 의협에 향한 작금의 심정을 ‘애증’으로 표현했다.
난국 타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상대이지만 모난 행동의 연속으로 분열을 조장한다는 쓴소리도 참지 않았다.
먼저 포괄수가제와 관련, 김윤수 회장은 ‘의협이 오해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병협은 7개 질병군에 한해서만 합의한 것이며 확대 시행에 대해서는 분명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개 질병군에 대해서도 적정수가와 물가 및 임금인상률 반영과 같은 합리적 수가기전을 조건으로 내세워 받아들인 것이지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합의해준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윤수 회장은 무엇보다 의협이 전공의 및 의사노조 결성, 신임평가 문제로 병협을 공격하는 모습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피교육자 신분의 전공의를 부추겨 노조를 결성토록 하는게 선배의사들이 해야할 일은 아닐 것”이라며 “이들의 최상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대화를 단절한채 무조건 신임평가 업무에 문제를 제기할게 아니라 진정 전공의 수련이 걱정된다면 개선책과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