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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이 곧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회구성원 모두 출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이행되면서 인간의 힘을 대신하는 우수한 동력으로 움직이는 각종 기계들이 발명되면서부터 출산이 오히려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과 함께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돼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성공적으로 산업사회에 진입한 국가다. 그 변화는 1960년에 6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1983에 2.1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도 느낄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높은 인구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잠식하여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아래 가족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인구증가억제정책이 시행됐기 때문에 얻어진 것이다.
우리사회가 산업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전통적 대가족제도가 해체돼 핵가족화 되는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사회적으로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타인과의 유기적 관계보다도 개인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주의적 사고가 확산돼왔다.
최근 통계청은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와 이들의 자녀인 1979~1992년생 에코세대의 학력, 직업, 결혼 및 출산, 주거형태 등을 비교한 자료를 발표했다. 직업을 보면 베이비부머들은 기계조립, 조작 관련 직업이 많은 반면 에코세대는 전문직, 사무직의 비중이 높았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더욱 심각해 25세 기준 미혼 비율은 베이비부머가 45.5%, 에코세대가 91.7%에 달하고 있으며 출산율도 에코세대가 베이비부머보다 낮아서, 기혼여성의 평균 출생아수는 베이비부머가 2.04명인데 반해 에코세대가 1.10명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동향을 보면 2010년 4887만명인 총인구는 2050년에는 4234만명으로 축소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72.9%에서 53.0%로 대폭 줄게 되고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1.0%에서 38.2%로 대폭 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지금으로부터 불과 40년 뒤에는 전체 인구의 40% 가까이가 노인인구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0년에는 6.6명이 벌어서 부양하면 되는 노인층이 2050년에는 1.4명이 벌어서 부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때의 젊은이들은 노인부양에 허리가 휘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지금 가임연령에 있는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부담을 기피하기 위해, 혹은 내가 삶을 즐기는데 걸림돌이 되는 자녀를 낳지 않게 되면 40년 뒤에 이들은 남이 낳은 자녀들의 땀 위에 얹혀사는 신세가 될 것이다. 젊은 세대에 대한 노인부양부담 증가는 결국은 세대 간의 갈등을 촉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저출산의 사회적원인은 고용여건의 불안정이나 양육부담의 증가라는 사회적 요인이 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여성의 학력 및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결혼관과 자녀관이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화하게 된 것은 개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인이라 할 것이다.
“남편의 어깨가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애를 하나만 낳았어. 나와 애를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남편은 어깨가 무척 무거울 거야.”라고 말하는 여성이 보기 드물게 강직하고 가치관이 바른 사람이라고 칭송받는 사회가 된 것이다.(방현희,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 물론 ‘내가 늙어서 먹고 살 것은 내가 젊었을 때 벌어서 저축해두면 된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있다.
경제학자 마이클 크레머는 100만년의 인간 역사와 전사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구 증가가 기술진보를 추동하고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선순환고리를 이루게 됨으로써 더 부유한 사회는 더 많은 아이들을 부양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를 인용해 “번영의 엔진은 기술진보이고, 기술 진보의 엔진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많으면 아이디어도 많아진다. 아이디어가 많으면 우리는 번영한다.(스티븐 랜즈버그, 발칙한 경제학)”고 설명하고 있는 랜즈버그교수는 출산이 사회의 번영을 부른다는 주장에 더해 또 다른 긍정적인 점을 일깨운다. 즉 많은 이웃은 경쟁의 상대가 아니라 감정을 주고받는 짝이 될 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태어났을 때를 회상해보시라. 당신의 부모님과 가족 그리도 주변에 있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탄생을 축복해주었는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는데, 육아준비가 될 때까지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면 그 아이가 성장해서 당신의 둥지를 떠날 때가 되면 정작 당신은 삶을 즐기는데 필요한 힘이 달려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인구동향과 같이 그 추이를 되돌리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정책은 사전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합계출산율이 균형점에 도달했던 1980년대에 우리사회의 인구감소추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토면적이 협소하고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 특성상 인구증가억제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좁은 시야를 가졌던 전문가들의 주장이 발목을 걸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저출산에 관한 정책을 ‘저출산·고령사회대책’이라는 한 틀에 넣어 운용하는데 문제는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대책은 결국은 노인복지에 관한 사항이고, 저출산이 결국은 노인부양에 대한 부담의 결과라고 본다면 이 두 가지 사항은 대립하는 사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은 인구동태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에서 맡아야 하지 않을까?
어떻든 저출산에 대한 정부대책은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두고 있는 것 같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책임을 강화하여, 출산지원금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불임부부에 대한 시험관아기 시술비용을 지원하는 등 출산지원과 영유아 보육,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양육지원으로 확대하여 일정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불임부부보다는 입양부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불임이라는 상황을 입양으로 해결하겠다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을 통하여 사회적 책임이라는 영역에 있는 입양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출산지원과 입양지원과 같이 일회성 저출산대책도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기초공제의 수준을 확대하는 등 지원효과가 지속적이고 체감도가 높은 정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노인복지의 수혜조건에 출산과 입양 등 사회적 의무를 이행한 사람과 출산과 양육의 어려움을 기피하고 젊은 시절을 즐기고서 늙어서는 젊은이들의 땀에 얹혀 노인복지에 편승하려는 사람이 동일한 복지혜택을 즐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할 필요가 있다.
인센티브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 즉 당근과 채찍을 병행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