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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 의료기기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제품 인허가 국제규격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영세업체들이 신규 국제규격 의무적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의 경우 신규 국제규격 적용 이전 허가 제품에 대해서도 새로운 규격 적용을 요구하고 있어 철저한 준비가 따르지 않을 경우 수출 불가는 물론 국제 시장에서의 위상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로운 국제규격의 핵심에 있는 것은 의료용 전기기기를 위한 안전 규격 ‘IEC 60601-1’. 유럽과 캐나다는 지난 6월 1일 인증 기준을 강화한 IEC 60601-1 3판을 본격 적용했다.
IEC 60601-1은 의료용 전기기기의 안전과 필수 성능을 포함하는 일련의 규격들 중 가장 기본적인 규격으로 국제사회는 5년마다 규격의 유효성을 검토해 최신 기술이 의료기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5년 국제사회가 개정한 IEC 60601-1 3판은 기존 규격에 비해 소프트웨어벨리데이션(PEMS), 위험관리(RM), 필수성능(EP), 사용적합성(Usability), 경보시스템(Alarms), 환경고려설계 등의 시험항목을 추가해 위해요소에 대한 요구사항을 보강하도록 했다.
새로운 기준 규격 적용에 앞서 각국은 6년이 넘는 유예기간을 거쳤으며 지난 6월 1일 유럽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2013년 7월 미국이 새로운 인증 기준 적용에 동참한다.
문제는 한국이 새로운 기준규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IEC 60601-1 3판은 의료기기 허가・인증을 위해 기기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제조사 스스로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 하고 있으며 이런 위험요소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대처 할 수 없을 경우 허용 가능한 위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지금까지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제품 허가를 진행해 왔으며 이에 따라 제조기업들이 변화된 환경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럽의 경우 이미 허가를 받은 제품도 개정된 국제규격에 따라 재평가를 거쳐야 수출이 가능해 자칫 재평가가 지연될 경우 수출 전선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력이 뒷받침 되는 일부 기업들은 이미 관련 인력을 충원하거나 시험기관의 도움을 받아 인증을 갱신했으나 영세한 기업들은 막대한 인증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정부 지원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은 국내 인증기관이 국제규격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일부 업체들에게 해외인증 획득비용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의 한 레이저 의료기기 제조사 측은 “향후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 공략을 위한 인증에 막대한 비용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업계 전체로 봤을 때 영세업체들의 수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분야로 국제규격의 빠른 채택이 국제시장에서의 한국 의료기기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청 등 규제당국도 새로운 규격의 국내 적용시기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논의를 진행할 시점에 다다랐다”며 “일괄 적용은 어렵겠지만 산업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