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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5일 임산부를 중심으로 집단 발생한 원인미상 중증 폐질환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됐다. 사스와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경험이 있던 우리로서는 우선적으로 호흡기 감염병을 의심하며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환자의 임상증상과 역학적인 발생양상이 감염병에 부합하지 않았고, 뚜렷한 원인병원체가 분리되지 않아 감염병을 배제했다. 다음 단계로 우리는 젊은 여성의 생활환경에서 노출될 수 있는 독성흡입물질을 의심하게 됐고 환자대조군 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추가로 동물흡입실험을 실시하여 조직소견의 유사성을 확인한 후에는 원인으로 확정했다.
이 조사는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질병관리본부로서 일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중단된 올해 봄철에는 유사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며, 가습기살균제의 의약외품 지정(2011.12.30) 후 현재까지 허가신청 제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조사과정을 들여다보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의 역학조사 체계에서 감염질환에 대한 조사는 관련 법령이 마련돼 있으나, 비감염질환 조사는 관련 법령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생활환경 요인은 대응 및 협조 체계가 중요한데, 판매 중단과 같은 대응이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면도 있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관련 기관이 어떻게 해나갈까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일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경보건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게 됐고 앞으로 보건복지부는 환경보건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일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충분히 보완하여 국민들이 건강에 대해 안심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앞으로도 이러한 사건이 재차 발생할 수 있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역학조사를 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에서 질병의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환자 및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조사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원인을 규명하여 왜 질병에 걸렸는지를 알리는 것은 우리들의 당연한 책임이며, 이는 관련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외국에서는 역학조사요원이 마치 범인을 잡는 수사관에 비유될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역학조사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낮아 보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질병의 원인 중 공공성이 있는 부분의 예방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안전에 관한 규정이 엄격하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도 감염 영역에서 비감염 영역으로 안전에 대한 사항들이 확대됐다. 가습기살균제 역학조사의 교훈을 기억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안전에 대한 조사와 예방, 대책 마련의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겠다.
[필자 이력 : 질병관리본부 연구기획과장, 복지부 국립통영검역소장 및 보건산업정책과 서기관·의료정책과 사무관 등 역임. 현재 건양대학교 전문기업인 교수, 삼육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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