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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실명제에 대해 ‘결사반대’를 외쳤던 병원계가 입장을 선회했다. 사회적 흐름상 제도 도입 자체를 부인할 수 없는 만큼 현실적 정책을 유도하겠다는 판단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는 최근 청구실명제와 관련한 내부 논의결과 더 이상 제도 도입 지연이 어렵다고 판단, 병원 적용에 어려움이 없는 방향으로 진행시키기로 의견을 조율했다.
보건복지부가 청구실명제 도입을 처음 거론한 이후 줄곧 반대입장을 고수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일보후퇴하는 모양새다.
병원협회의 이러한 입장 선회는 그 동안 진행됐던 일련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제도 도입을 막아낼 공산이 적다는 계산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부당청구 근절을 위해 심사청구서에 진료의사를 명시토록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진료의사 명시에 관한 질의를 했고, 복지부는 ‘청구실명제’라는 제도 도입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후 복지부와 유관단체들은 청구실명제 도입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자는 얘기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에 병협은 건정심 상정시 더 강력한 제도가 시행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일단 제도 도입은 수용하되 현실성을 높이는 쪽으로 진행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제도 도입의 핵심인 진료의사 기입에 대해서는 ‘불가’를 고수하고 있어 정부와의 타협점 찾기는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병협은 최근 청구실명제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 복지부에 전달키로 했다. 11일에도 관련 회의를 갖고 의견서 내용을 다듬었다.
의견서에는 요양급여 청구 및 지급 당사자는 공급자인 요양기관과 보험자인 공단으로, 진료의사는 무관한 만큼 기입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현행 의무기록지, 선택진료신청서, 처방전, 영수증 등에 진료의사 정보를 기재토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사청구서까지 기입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라는 의견도 담았다.
특히 청구자료를 통해 의사별 진료경향을 파악하고 진료행태 개선의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진료를 규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다학제 진료 등 의사 개인이 아닌 팀 중심의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진료의사 기입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구실명제는 요양급여 청구서에 진료한 의사 이름을 기재하는 제도로, 비용청구에 대한 의사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취지 하에 추진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