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래 진료 시 환자들이 증상에 대해 첫 말을 시작한 후 얼마 만에 의사들은 환자 말을 끊을까? 정답은 평균 18초로, 아무런 방해 없이 환자가 개시 진술을 한 시간은 대부분 60초 안에서 끝나버린다.
"의대 저학년부터 환자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 제고 교육 필요"
이처럼 3분 진료로 대변되는 국내 진료실 환경에서 의료커뮤니케이션 능력 함양을 위해서는 의과대학 저학년부터 관련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의견이 나왔다.
인제의대 의학교육학교실 노혜린 교수는 15일 서울대에서 개최된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사진]
의사들이 환자들의 개시 진술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빨리 말을 끊는 것은 환자들의 진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 교수는 “환자들이 자신의 걱정거리를 언급하기 힘들게 하면 가설 도출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환자 걱정에 대한 의사소통이 강조되는데, 이를 위해선 진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현 진료실은 상당 부분 의사 중심의 반복 및 폐쇄형 질문이 많아 환자와의 논의를 통한 의제 설정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단 분석이다.
물론 의과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하고 있으나 학생들은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 대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노 교수는 조사를 통해 의사국시 실기시험 사례처럼 “24세 여자 김씨가 배가 아파서 왔다” 식의 의제가 제시되지 않는 사례를 보여주고 이를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찾아내는 과정을 분석해봤다.
핵심과목을 임상실습 중인 의과대학 3학년생(95명)을 대상으로 교수 2인과 표준화환자 2인이 채점해본 결과, 이들이 말을 끊는 시기는 평균 6.42초(±4.69) 였으며 반복 질문을 한 경우가 66.4%, 폐쇄형 질문은 31.6%, 해석 2.1%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와 반대되는 개념들인 개방형으로 확인한 학생은 6.3%, 문제목록을 열거하거나 환지와의 논의를 통한 의제를 설정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노 교수는 “이 같은 결과로 봤을 때 국시는 합격할지 모르지만 의사소통은 전혀 안된다고 봐야 한다”며 “당장 3학년들이 현장에 나가게 되면 환자들이 거부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집중적으로 한 후 재평가(59명)했을 때는 말을 끊은 시기가 평균 10.09초(±10.18)였으며 반복 질문(79.7%)은 조금 늘었고, 폐쇄형 질문(13.6%)과 해석(6.8%)은 늘었다. 문제목록 열거나 환자와 논의해서 의제를 설정한 사람은 있었으나 30%를 넘진 못했다.
또 1학년 1학기 때 일주일 과정으로 교육해 본 결과(19명), 말 끊는 시기(12.84초±14.61), 폐쇄형 질문(0%), 1명을 제외한 학생들이 다른 문제가 무엇이 있는지 개방형 질문 하는 등 다소 변화를 나타냈다.
노 교수는 “결국 의사가 돼서 3분 진료 상황에서는 교육의 효과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면서도 “단순 비교할 수 어려운 상황이지만, 확실히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청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20초를 넘기기는 너무 힘들다. 저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청’과 ‘주요 의제 합의’가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학생과 교수가 공유할 때 교육의 효과가 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