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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으로부터 구매품목 발주, 가격 등의 정보를 제공받은 구매대행사가 실제 병원에는 보험 상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고,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 상한가에 달하는 급여를 청구한다. 이렇게 실거래가와 보험급여 간 생긴 차익은 일정 비율로 나눠 구매대행사가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병원에 지급한다. 이 ‘정보이용료’는 리베이트일까? 아니면 정당한 대가일까? 25일 리베이트 여부를 두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진 법정을 데일리메디가 취재했다.[편집자주]
쌍벌제 도입 이후 처음 적발된 의료기기 관련 리베이트 혐의 사건을 두고 검찰과 구매대행사, 병원 등은 날선 대립각을 보였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재판장 김병철)은 의료기기법 및 의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의료기기 구매대행사 A사와 병원 관계자 등에 대한 2차 공판을 갖고 약 두 시간에 걸쳐 A사 소속 병원업무 총괄이사 등에 대한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실체 없는 정보이용료” vs “정당한 대가”
이날 검찰은 구매품목 발주․가격 등의 정보는 병원이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서 ‘정보이용료’는 명목일 뿐 구매대행사가 병원 측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업체와 병원 등은 일정 금액을 지급할 만큼 가치 있는 정보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9월 A사와 K의료원이 작성한 ‘업무제휴 합의서’는 지난해 일부 내용이 수정, 마치 2009년에 작성됐던 것처럼 재작성됐다.
수정된 내용은 ‘전략적 제휴 대가로 월 5000만원을 병원에 제공하겠다’에서 ’정보이용료 1500만원, 임차료 3500만원 등 월 5000만원을 병원에 제공하겠다’로 바뀌는 등 내용이 구체화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서는 정보이용료․임차료 등으로 나눠 기재해놨지만 실제로 K의료원에는 정보이용료 명목으로만 5000만원이 제공됐다”며 “임차료까지 넣어 문서를 재작성한 것은 ‘정보이용료’라는 실체와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7월 관련 브리핑에서도 검찰 측은 “구매품목과 관련한 발주, 가격 정보 등 정보들은 병원이 구매대행사에게 당연히 제시해야 하는 구매조건일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증인으로 나선 A사 병원사업 총괄이사 B씨는 “정보이용료는 가치가 있으며 병원마다 서로 다르고 기준도 명확치 않아 객관성이 의심됐고 리베이트로 의심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문서 재작성은 금액을 구분해서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B씨를 비롯, 병원 측 변호인들도 무엇보다 정보이용료에 대해 매달 일정액을 병원에 지급할 만한 가치 있는 사안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들은 “정보는 구매품목, 품목코드, 공급자, 발주, 재고, 입고, 입찰 관련 등 종류만 해도 다양하다”며 “구매대행사 입장에선 공급자와의 협상 조항에서 쓸 수 있는 유용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구매경향 등 정보를 미리 얻지 못하면 통상적으로는 재고를 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물리적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하지만 병원 측 정보를 제공받게 되면 불필요한 물리비용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어 정당한 업무제휴의 대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실거래가 상환제 악용”
검찰은 또 이번 사건이 실거래가 상환제를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A사는 구매대행을 통해 얻는 이익 중 60%에 달하는 일정 금액을 병원에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사업모델 제안서를 여러 병원들에 수차례 제안해왔다”며 “여기서 구매대행을 통해 얻는 이익이란 보험 상한가와 실거래가 간의 차익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즉, 실거래가 상환제에 따라 미리 정해진 보험 상한가 내에서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실거래가가 정확한 가격이 제대로 조사돼지 못한 점을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H병원, Y의료원, S병원 등 여러 기관에 이익의 약 60%에 달하는 금액을 정해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서를 만들었다”며 “실거래가 상환제를 악용해 얻은 구매대행 이익 일부를 다시 병원에 돌려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B씨는 “60%는 병원과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반박했고 피고 측 소송대리인 변호사도 “이익은 없었고 보험 상한가에 최대한 맞추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A사에 대한 압수 수색 당시 B씨가 노트북 기록을 삭제한 것에 대한 질의도 제기됐다.
검찰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출석 전, 노트북 자료를 임의로 삭제했다”며 경위를 물었고 B씨는 “압수 수색을 미리 알고 지운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자료가 많아 혹시 회사에 누가 될까봐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