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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사이트 운영자 '명예훼손 게시물 방치' 법적 책임
양승욱 변호사
[ 2012년 10월 02일 20시 00분 ]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명예훼손 여부가 문제될 만한 논쟁적인 글이 빈번하게 게시되고 있고, 이에 비례해 명예훼손 게시글 삭제 요구(권리침해 신고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등)도 빈번한 것이 최근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은 의료계에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주요 의료정책 사안을 두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타인의 명예훼손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법적 책임을 논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명예훼손에는 다소 특수한 쟁점이 존재한다. 게시글 작성자가 아닌 인터넷사이트운영자의 법적 책임 여부가 그 중 하나이다. 원칙적으로 명예훼손 게시글을 작성한 자에 대한 법적 책임이 문제될 것이고, 글을 작성한 자가 아닌 제3자의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측에서 게시글 작성자뿐만 아니라 제3자인 인터넷사이트 운영자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사이트 운영자로서는 방대한 양의 게시글에 관하여 일일이 검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기도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포털서비스제공자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최근 대법원 판결은 일정한 요건 하에서 인터넷종합정보제공사업자(통상 포털서비스제공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의무의 발생 요건을 논하고 있다. 인터넷종합정보제공사업자는 통상의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중에서도 특수한 여러 기능 등(게시판 서비스 외에도 뉴스편집 및 게시서비스, 블로그 등 사적 공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속칭 포털서비스제공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에서는 인터넷종합정보제공사업자의 부작위로 인한 법적 책임에 관하여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다수의견으로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 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등에 비추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라고 판시하고 포털서비스제공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위 판결 다수의견으로 ①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로서, ②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 경우, ③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이에 비하여 소수의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삭제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나아가 그 게시물에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현존’하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하였다.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에 비하여 주의의무가 발생하는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자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고, 포털서비스제공자의 입장이나 언론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보호하자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운영자로서는 위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삭제 요청을 받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문제가 있는 게시글들을 확인하고 삭제하여야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것인지, 서비스제공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지 다소 의문이 있다. 소수의견으로 설시된 바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삭제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던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실행가능성의 측면이나 언론의 자유와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다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법률전문가가 아닌 운영자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정치한 법률적 판단을 한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고, 일반적 접근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글 삭제의 관리가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어서, 역시 소수의견으로 설시된 바와 같이 게시물에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현존하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였던 경우로서, 그 게시물에 대한 기술적․경제적 관리·통제 가능성 보다는 삭제 조치에 관한 기술적․경제적 가능성으로 그 요건을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하지만 다수의견에 의하면 포털서비스제공자가 게시글 중에서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 경우에는 일정한 삭제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이나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개개 사실관계에 따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일응 장기에 걸쳐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쟁이 지속되는 사안으로서 피해당사자의 명예훼손 주장이 현저한 경우라면 삭제의무가 문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이후에도 일관될 것인지 다소의 변동이 있을 것인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한편, 위 판결은 인터넷종합정보제공자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대대수의 인터넷사이트 제공자의 법적 책임을 설시한 것은 아니다. 예상컨대,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에서 인터넷사이트를 중심으로 논의가 가열되고 명예훼손의 문제가 많아진다면 결국 위의 법적 쟁점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고, 공론의 장의 활성화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사회적 쟁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와 게시글 작성자들도 이에 관하여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 변호사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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