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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40대 아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낙동강 하구 을숙도 광장에 버렸다. 38kg밖에 안 되는 노인이었다. 끝 없는 치료비가 벅차고 기나긴 수발에 지쳤다고 한다.
뇌졸중에 걸린 남편을 지키던 아내가 대장암에 걸리고, 소아병동에서 암과 투병중인 아들을 간병하다 쓰러진 어머니의 사연은 이제 심심찮게 전해진다.
‘긴병에 효자없다’란 말이 있다. 곁에서 드는 병수발의 고충이 크다는 표현이다. 이 말에 대한 공감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의료 선진국을 자부하지만 ‘간병’은 십 수년째 답습만 거듭중이다. 이 시간에도 생업을 포기하고 병실 간이침대에 누워 쪽잠을 자는 보호자가 수 십만, 아니 수 백만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의료원이 내달부터 ‘보호자 없는 병상’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체 630병상 중 중환자실, 격리병상, 가족의 간병을 원하는 병상을 제외하고 230병상을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원’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환자안심병원은 보호자가 환자 곁에 상시 머무를 필요가 없도록 간호사들이 24시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말 그대로 ‘보호자가 없는 병실’이다.
사실 ‘보호자 없는 병실’은 수 년 전부터 대두됐던 얘기다.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정부도 이를 인정,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도 진행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보호자 없는 병실’의 제도권 진입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제일은 최소 2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문제였다.
또 하나의 난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병인의 명확한 역할 구분이었다. 환자를 돌봄에 있어 이들 직능의 역할이 모호했고, 정부는 엄청난 반발이 두려워 그 구분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서울의료원 역시 이러한 문제에 봉착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탓에 당분간 ‘돈’ 걱정은 없어 보인다.
다만 인력이 문제다. 서울시는 현재 1대 18인 간호사 대비 환자 비율을 일본과 같은 수준인 1대 7까지 낮춰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간호사 공개채용 계획도 세웠다.
간호사 만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다. 전문성이 담보된 간호사들이 24시간 보호자 역할까지 해준다면 두말 할 나위 없는 서비스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큰 법이다. 간호사 확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물론 단순 수발 서비스에 대한 간호사들의 거부감도 분명 감안해야 한다.
간호조무사, 간병인 등이 혼재된 시스템을 택해야 하고, 결국에는 이들 직능의 역할 구분 문제에 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의료원의 ‘보호자 없는 병원’ 추진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국 수 백만 불효자들의 시선도 이 곳에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