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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병원 조감도 |
‘환골탈태(換骨奪胎)’란 말이 제격이겠다. 지역거점병원의 모범답안으로 통하던 양지병원이 대대적 변화에 나섰다. 역할은 물론 외형도 말 그대로 파격이다. 지역에서 전국으로 지향 범위를 확대했고, 그에 걸맞는 위용도 갖췄다. 무려 38년. 지역민들에게 친숙한 종합병원으로 안주할 수 있었지만 급변하는 의료환경은 생존을 고민케 했다. 장고 끝에 양지병원이 꺼내든 카드는 개혁 수준의 변화였다.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고, 직원들의 의식개혁도 진행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새병원이다. 고객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병원 건립에 무려 300억원을 쏟아 부었다. 2012년 10월. 모든 채비를 마친 양지병원은 새역사의 항해를 시작했다.
굴곡의 역사 양지병원
양지병원의 설립자는 국내 병원계의 거목으로 잘 알려진 대한병원협회 김철수 前 회장이다. 1978년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부인과 함께 개원한 김철수내과와 김란희 산부인과가 바로 모태다.
김철수 이사장은 개원 이후 승승장구하며 1992년 현 양지병원이 위치한 관악구 서원동으로 이전했다.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던 이 지역에 양지병원은 지역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지역거점병원으로 자리잡아 갔다.
단일건물로 시작한 병원은 환자가 몰려들면서 별관 3개를 잇따라 신축하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과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등과의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환자가 줄었고, 경영수지도 악화됐다.
복지부동(伏地不動)에 젖어 있던 의료진과 직원들의 의식까지 겹치며 양지병원은 개원 이래 최대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위기 속 기회
‘위기 속에 기회’라 했던가? 최악의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김철수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 양지병원을 이끌고 있는 김상일 원장.
▲김상일 병원장 | 김 원장은 가업(家業)을 이어 의사가 되기는 했지만 아버지 병원에 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의 전공과목이 지역 중소병원과는 거리가 먼 혈액종양내과라는 점에서도 어렵잖게 짐작이 간다. 아버지와 별도로 대학에 남아 암(癌)과 멋지게 붙어볼 작정이었다.
아버지 병원은 워낙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만큼 대학병원에서 암환자들을 위해 일신을 던질 각오였다.
그러나 군의관 시절 찾은 아버지 병원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병원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했고, 환자들로 북적이던 접수실도 휑했다.
1년 내내 부족하던 입원실은 밤이면 불켜진 곳보다 꺼진 곳이 많을 정도로 이미 병원 상황은 악화돼 있었다. 이대로라면 문 닫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참담했습니다. 병원은 으레 잘 되고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처참한 상황이더군요. 그동안의 무관심이 너무 죄송했습니다.”
아들의 기적 아버지의 찬사
▲검진센터 | 김상일 원장은 대외활동으로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병원 살리기에 나섰다. 낙후된 시설을 새롭게 정비하고 EMR과 PACS 등 전자시스템을 구축했다.
변화의 동력을 장착한 후에는 본격적인 시스템 가동을 위한 의료진 영입에 나섰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병원의 기본인 진료가 뒷받침 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었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야전사령관을 자청한 후 6개월 만에 변화가 시작됐다. 발길을 돌렸던 환자들이 하나 둘 다시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달라진 모습에 호평도 이어졌다.
1일 외래환자가 예년 대비 6배 넘게 늘었고 경영수지도 안정궤도를 되찾았다. 개혁의 바람은 직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도 모두 거둬갔다.
초반 우려감으로 바라보던 아버지도 짧은 기간 놀라운 기적을 일궈낸 아들에게 무한신뢰를 보내며 2008년 양지병원장으로 전격 취임시켰다. 개원 30년 만의 부자 간 바통터치였다.
멈추지 않는 개혁의 바람
김상일 원장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4년의 변화가 생존을 위한 긴급 수혈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장수를 위한 큰그림이 필요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김 원장은 ‘새병원’이란 결단을 내렸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그에게 새병원 건립은 단순한 외형의 변화가 아닌 향후 양지병원이 나아갈 로드맵이었다. 지역사회에 국한된 동네병원이 아닌 전국을 아우르는 그 무언가가 절실했다.
김상일 원장은 번듯한 외형 속에 탄탄한 전략을 이식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 밤을 세워 그 동안의 진료실적 자료를 분석한 끝에 답을 얻었다.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양지병원의 모태였던 내과와 산부인과. 양친의 전공이기도 했던 두 진료과의 특성을 살려 건강검진을 기반으로 한 소화기센터와 여성의학센터를 특화 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소화기와 여성의학 분야에서 명성 높은 의료진을 대거 영입했고, 병원의 주력 아이템으로 지목한 만큼 장비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건강검진 고객의 증가세가 뚜렷했습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질환 대부분이 소화기와 유방·갑상선 등 여성질환이었던 만큼 향후 이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소화기·여성질환 승부수
10월 오픈한 새병원 역시 두 분야에 거는 기대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새병원 완공으로 기존 150병상에서 350병상으로 늘어난 양지병원은 소화기 및 여성질환 진료시스템의 최적화를 지향한다.
▲내시경센터 | 우선 소화기센터는 외래진료실과 최신장비를 갖춘 내시경검사실을 통해 당일진료, 당일검사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소화기내과, 외과, 병리과 등 9명의 전문의가 유기적 협진을 이뤄 모든 소화기계 질환에 대한 내시경적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식도와 위, 대장에서 조기암이 발견될 경우 당일 내시경으로 수술하며,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내시경 전문 코디네이터 시스템도 도입했다.
새병원에는 이러한 진료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한 최신장비도 즐비하다. 각종 검사 장비 대부분을 새롭게 구비한 것은 물론 골밀도, 초음파 검사실, 방사선촬영실 등을 동시에 설치함으로써 환자 편의성 제고에도 신경을 썼다.
5mm 크기의 작은 암세포까지 정밀하게 발견할 수 있는 64채널 PET-CT는 최대 야심작이다. 이 기기를 통해 양지병원에서는 암 진단과 치료가 원스톱으로 가능해졌다.
김상일 원장은 “전문화된 고품격 의료서비스를 통해 소화기 및 여성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양지병원의 새역사를 지켜봐 달라”고 당찬 의욕을 전했다.
이어 “신축병원은 양지병원의 세대교체를 의미하지만 아버지의 과거와 아들의 미래가 결합된 시너지를 십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